시니어 아카데미로 향하는 MZ세대
시니어 아카데미 강단에 서기도
요양원서 함께 살며 주거비 부담 '뚝'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청년 취업난과 인구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언급되는 가운데, 뜻밖의 지점에서 세대 통합 기류가 완성돼 눈길을 끈다. 중국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극심한 취업난과 치솟는 주거비와 고물가로 월세, 식비, 생활비 등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들은 최근 저렴한 가격으로 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니어 아카데미(지자체 문화센터, 복지관, 대학 등에서 시니어 대상으로 운영하는 교육, 여가 참여 프로그램)로 고개를 돌려 취미 활동을 하면서 삶의 활력을 찾는다. 또 취업난에서 벗어나고자 시니어 아카데미 강단에서 본인의 전공을 살린다. 요양원에서 노인들과 거주하면서 주거비 절감과 정서적인 안정을 찾기도 한다. 중장년층~노인들은 젊은 세대에게 트렌드, 사진 촬영, 디지털 기기 다루는 법을 배우며 삶의 재미를 느낀다.
학원 말고 시니어 아카데미서 취미 활동하는 MZ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국가 지원 100%로 즐기기' '적은 돈으로 취미 생활 즐기기' 등의 내용이 인기다. 중국 첸장완보는 요즘 젊은 세대가 시니어 아카데미 등에서 저렴하게 취미를 즐기고, SNS에 후기를 나누는 것이 유행이라고 보도했다. 첸장완보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지친 젊은 세대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자신을 재정비하는 이른바 '자기 돌봄, 자기 위안'에 투자하고 있다"고 짚었다. 학업, 취업, 결혼 및 육아 등으로 자신에 투자할 시간과 여력이 없었던 중국 젊은 세대가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삶의 활력을 받고, 경제적 상황 등의 이유로 이루지 못했던 꿈도 다시 찾는다는 것이다.
시니어 아카데미는 일반 학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전통 서예, 다도, 중국 전통악기, 중국 전통 그림, 메이크업, 사진 촬영, 합창, 탁구, 요가 등 다양하다. 중장년층만의 전유물인 공간으로 여겨진 공간이지만, 젊은 세대 유입이 많아지면서 세대 간의 소통도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회계사로 일하는 류 씨는 "낮에는 일하고 퇴근하면 이곳으로 와 메이크업을 배운다"면서 "취미생활을 하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뿌듯한 마음이다. 무엇을 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예 강좌를 통해 어렸을 때 꿈을 되찾았다는 허징 씨는 "서예를 다시 하니 잃어버렸던 마음의 평온을 찾은 듯하다"면서 "강의를 들으면서 친구도 사귀어 쇼핑도 하고 밥도 자주 먹는다"라고 했다.
수강생 샤오씨는 저렴한 수강비는 재정적 부담뿐 아니라 심리적 부담도 함께 줄여준다고 했다. 그는 "시중 일반 학원에 다니면 최소 3000~4000위안(약 68~91만원)인데, 이곳은 분기에 100위안(2만원) 정도"라면서 "학원 1번 간 돈으로 이곳에서는 열 번이나 들을 수 있다. 가성비 최고"라고 했다. 상하이에 사는 양씨는 전통 수묵화 12회 강의를 비롯해 승마, 다이빙, 피트니스 강의를 듣는데 500위안(약 11만원)이 들었다면서 "인생의 본질은 경험"이라면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무언가에 열정을 쏟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의미는 충분하다"고 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문화센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하고 안락한 분위기에 만족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내 시니어 아카데미의 50세 이하 수강생 비율은 40%를 넘어섰다. 직장인들이 몰리는 야간·주말 반은 모집 시작 몇 초 만에 마감되는 '수강 신청 대란'도 벌어진다.
강단에 서서 세대 장벽을 허무는 MZ들
젊은 세대들이 수강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고용난 속에서 90년대생들은 시니어 아카데미에서 강사로 취업한다. 이들은 스마트폰 촬영, 무용(발레·고전무용), 스피치, 피아노, 마사지 등 트렌디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수업한다.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닌, 인생을 배우고 정신적 위안을 얻는 '기회의 장'으로 인식도 점차 바뀌는 분위기다.
무용을 가르치는 20대 강사는 "은퇴한 어르신들이 수업 시작 30분 전부터 모여 복습을 할 만큼 배움에 열정적"이라며 "늘 성실하고 끈기 있게 도전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나를 반성하게 한다. 이는 귀중한 정신적 자산"이라고 말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인구 고령화 가속화 속에서 이런 '시니어 교육 전문가'는 새로운 블루오션 취업처로 정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의 활력이 노인들의 삶에 힘이 되고, 노인들의 풍부한 인생과 경험은 젊은이들을 성장하게 만든다"며 "시니어 아카데미가 고용난에 지쳐가는 젊은 세대와 외로운 노년층을 잇는 완충지대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시니어 아카데미의 한 관계자는 "글 모르는 한 어르신이 낭송반에서 자기 이름을 처음 배우며 한 자 한 자 떠듬떠듬 읽어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젊은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큰 감동을 한다"며 "서로서로 치유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월세 부담 '뚝'…요양원에서 생활하는 MZ들
요양원으로 향하는 젊은 세대의 발걸음은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한 직장인은 "한 달에 4000위안(약 91만원)이면 식사, 숙식, 청소 등의 서비스가 포함돼 있어 아파트 임대,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했다.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주거비와 끝없는 경쟁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양로원은 피난처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젊은이들은 노인들과 대화만 나누는 게 아니다. 채소도 심고 낚시도 한다. 음악, 영화도 보고 캠핑도 즐긴다. 일부 요양원에서는 젊은이들이 자원봉사를 하면 임대료를 삭감해준다. 월 임대료는 1000위안(약 22만원) 정도. 월 10시간의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 200위안(약 4만5000원)이, 월 20시간 자원봉사를 하면 500위안(약 11만원)이 임대료에서 차감된다. 한 달에 30시간 이상 자원봉사를 하면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청년 전용 양로원이 생기기도 했다. 월세는 1500~2300위안(약 34만~52만원) 사이로 알려졌다.
미홍 저장성 공공행정대학교 교수는 "젊은 세대가 요양원에서 노인들과 함께 사는 것은 상호 부조의 연장선상"이라면서 "젊은 세대는 어르신들과 대화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외로움도 달랠 수 있다"고 했다. 안펑 뤄양사범대학교 사회학자는 현대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가 높은데 청년양로원은 청년들에게 배울 기회와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로원 내에서 읽고 쓰고 그리는 행위가 충전의 기회"라며 "이는 곧 자기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단독]"삼성전자 내려다보겠다" SK하이닉스, 강남 ...
최근 중국 대졸자들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며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학생을 제외한 중국의 16∼24세 도시 지역 실업률은 15.6%로 집계됐다. 이는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023년 6월 사상 최고치인 21.3%까지 치솟자 통계 발표를 돌연 중단했다가, 같은 해 12월부터 학생을 제외하고 연령대별 실업률을 별도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대학 졸업자 수 증가와 경기 둔화 등이 여파로 청년 실업률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16∼17% 선에서 등락을 거듭해왔다. 올여름 졸업 예정인 학생 수는 약 127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향후 몇 달간 채용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