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골 1
공장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회사는 망해간다. 엘리 골드렛의 경영 고전은 바로 그 이상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기계는 쉬지 않고, 직원들은 야근하고, 보고서에는 생산량이 쌓이지만 정작 목표는 멀어진다. 『더 골 1』이 묻는 것은 효율이 아니라 방향이다. 무엇을 많이 했는가보다, 무엇이 전체 성과를 막고 있는가를 보라는 책이다.
제약이론은 이름만 들으면 딱딱하지만, 이 책은 공장장 알렉스 로고의 위기와 가족사, 요나 교수의 질문을 따라가는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다. 병목을 찾고, 흐름을 바꾸고, 부분 최적화의 착각을 깨는 과정은 40년 전 제조업 이야기로만 남지 않는다. AI와 자동화의 시대에도 조직이 자주 틀리는 이유는 기술 부족보다 목표를 잊은 분주함에 있다는 점을 다시 찌른다. (엘리 골드렛 지음 | 동양북스)
60세부터 90세까지, 현명하게 돈 쓰는 법
노후 준비는 대개 모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오에 히데키는 그 질문을 거꾸로 돌린다. 통장 잔고를 지키다 정작 쓸 수 있는 몸과 시간은 사라지는 삶, 그것이야말로 가장 비싼 낭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은퇴 이후의 돈은 더 많이 불릴 대상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떤 경험과 관계로 바꿀지 묻는 도구가 된다.
책의 문장은 과소비를 부추기지 않는다. 허영과 비교에 쓰는 돈은 경계하고, 여행·음식·나눔·사람과의 시간처럼 삶을 실제로 넓히는 지출을 권한다. 노후 불안을 금융상품의 언어로만 배운 세대에게, 이 책은 돈을 끝까지 움켜쥐는 능력보다 적절한 때 놓아주는 판단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오에 히데키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중국 AI 미래 지도
중국의 AI는 더 이상 '카피캣'이라는 낡은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임선영은 딥시크, 휴머노이드, 자율주행, 드론, 양자 기술, 디지털 화폐까지 흩어진 장면들을 하나의 국가 설계도로 묶는다. 기술은 기업의 경쟁력이 아니라 행정, 자본, 인재, 제조, 인프라를 동시에 움직이는 국가 운영 방식이 된다.
책의 강점은 중국을 막연한 위협이나 거대한 시장으로만 보지 않는 데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샌드위치'가 될지, 새로운 질서의 연결자가 될지 묻는다. 다만 중국식 속도와 규모에 대한 긴장감이 강해 일부 전망은 다소 압박적으로 읽힌다. 그래도 실리콘밸리만 바라보던 AI 담론에 중국이라는 또 다른 축을 들이민다는 점에서 쓸모가 크다. (임선영 지음 | 책만)
침입자
성숙하고 안정된 '나'를 찾겠다고 배꼽 속으로 들어간 여자는 곧 깨닫는다. 내면은 따뜻한 상담실이 아니라, 경비병과 관료 조직과 끈적한 장기들이 뒤엉킨 적대적 미로에 가깝다는 것을. 이레네 푸자다스는 자아 탐색이라는 익숙한 서사를 몸속 모험으로 밀어 넣어, 자기계발식 치유의 언어를 신랄하게 비튼다.
디아나가 만나는 것은 숨겨진 진짜 자아가 아니라, 자신을 감시하고 조롱하고 쫓아내려는 내부의 시스템이다.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장면들 사이로 남는 감각은 날카롭다. 우리는 정말 자신을 이해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견딜 만한 설명 하나를 얻고 싶은 것인지. 기발한 상상력으로 포장된, 꽤 잔인한 자기 인식의 소설이다. (이레네 푸자다스 지음 | 민음사)
살
이슈트반의 삶은 거창한 선택보다 몸에 먼저 닥친 사건들로 밀려간다. 열다섯의 은밀한 관계, 군대와 상실, 영국 상류사회로의 진입, 욕망의 대상으로 소비되는 시간. 데이비드 솔로이는 한 인간의 인생을 심리의 깊이보다 신체의 표면에서 붙잡는다. 살아 있다는 사실은 축복보다 자주 노출이고, 육체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덫이다.
문장은 차갑고 짧다. 설명은 아끼고, 인물은 끝내 완전히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의 잔혹함은 사건보다 공백에서 온다. 성공과 계급 상승의 외피를 두르고도 이슈트반은 계속 미끄러진다. 무엇이 그를 만들었고 무엇이 그를 무너뜨렸는지 또렷이 말하지 않는 대신, 소설은 한 사람에게 끝까지 남는 것이 결국 '살아 있는 몸'뿐이라는 불편한 감각을 남긴다.(데이비드 솔로이 지음 | 서해문집)
성공의 배신
성공담은 늘 매끈하다. 누군가는 가난을 이겼고, 누군가는 재능을 증명했고, 누군가는 포기하지 않아 결국 올라섰다. 베른트 크라머는 그 빛나는 문장 뒤에 숨은 불편한 질문을 꺼낸다. 정말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가. 아니면 우리는 우연과 출신, 평가 기준의 모호함을 '능력'이라는 말로 덮어온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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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대목은 패자보다 승자를 의심하는 시선에 있다. 성공한 사람은 겸손해도 주목받고, 실패한 사람은 구조보다 자기 탓을 먼저 배운다. 이 책은 노력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성공을 도덕처럼 숭배하는 사회에서, 누가 안심하고 이기며 누가 끝없이 자책하는지를 묻는다. (베른트 크라머 지음 | 추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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