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전문가 3人 인터뷰

"욕구 결핍 때 음모론 찾는 것은 인간의 본능"
"프리벙킹 통해 음모론 퍼지기 전 예방 가능"
"음모론 국경 넘는 시대, 팩트체크 협력도 국경 넘어야"

편집자주미확인 비행물체(UFO), 빌 게이츠 인류 통제설, 사탄의 명령을 받는 아이돌. 검증되지 않은 음모론은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존재했다. 사회의 불안과 불신을 먹고 자라며, 그 시대의 기술 환경에 맞춰 모습을 바꿔왔다. 인터넷의 등장은 음모론의 확산 속도를 크게 높이면서 국경의 경계도 허물었다. 여기에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더해지면서 이제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마저 흐려지고 있다. 음모론은 더이상 비합리적인 미신이나 인터넷 괴담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회 수와 후원, 유료 커뮤니티, 상품 판매 등을 거쳐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한미일 3국의 사례를 통해 '음모론 비즈니스'에 대해 집중 조명해봤다.

음모론이 국경을 넘나들고 현지화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음모론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음모론에 빠지며,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음모론을 연구해온 해외 석학들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음모론은 특정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회 전체의 허위정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 게티이미지

음모론에 빠진 사람.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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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욕구 충족을 위해 믿는다"

먼저 카렌 더글러스 영국 켄트대 사회심리학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인간은 근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음모론에 끌리게 된다"고 전했다. 더글러스 교수는 음모론 신봉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연구해온 대표적인 학자다.

더글러스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세 가지 욕구가 결핍됐을 때 음모론에 끌리게 된다. 첫 번째는 인식적 욕구로, 진실을 알고 싶고 명확함과 확실함을 얻고자 하는 욕구다. 두 번째는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통제하고 안전하다고 느끼고자 하는 실존적 욕구다. 마지막으로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자신 속한 집단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려는 사회적 욕구다.

유명 배우 갑작스러운 사망에 음모론 솔솔…심각하게 빠진 사람 걱정된다면[음모론 비즈니스] 원본보기 아이콘

더글러스 교수는 "결국 이러한 관점은 적절한 상황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암살 시도, 유명 인사의 갑작스러운 사망, 중요한 선거, 팬데믹 등의 사건에서 음모론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짚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주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려 하며,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순한 설명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숨겨진 진실이 있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믿게 된다고 더글러스 교수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음모론 신봉자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더글러스 교수는 "강한 음모론 신봉자들은 이미 '숙제를 해온 사람들'이나 다름없다"며 "대개 해당 주제에 대해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접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음모론을 강하게 믿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면 "생각을 바꾸는 것은 물론이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조차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라며 "이들이 관련 자료와 논리를 오랫동안 축적해왔기에, 마치 자신이 대화 상대보다 한발 앞서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강할수록 음모의 일부라고 믿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음모론 대항하는 면역력 만들 수 있다…공동체가 노력해야

음모론에 대한 대책으로 전문가들은 이미 퍼진 허위정보를 바로잡는 것보다, 애초에 속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다.

먼저 샌더 반 데어 린덴 케임브리지대 사회심리학 교수는 "한번 음모론에 노출되면 나중에 그것이 올바른 정보로 정정하더라도, 계속해서 우리의 기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단 종은 울리면 되돌릴 수 없지 않느냐(You can't unring a bell)"라며 예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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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데어 린덴 교수가 뽑은 해법은 '프리벙킹(prebunking)'이다. 음모론이나 허위정보가 확산하기 전에 해당 내용을 미리 알려주면서 속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인 접근 방식을 뜻한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단 한 번의 개입만으로도 대응능력을 10~20%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왔다"며 "비용이 적게 들고 대규모로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후루타 다이스케 편집장을 필두로 한 일본팩트체크센터(JFC)도 프리벙킹 작업에 나서고 있다. 2022년 JFC는 미국에서 유래한 켐트레일 음모론과 관련, '비밀 정부가 비행운을 통해 유해 물질을 공중 살포하고 있다는 주장은 오류'라는 검증 결과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가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면서, 일본 네티즌들은 켐트레일을 검색하면 "이 주장은 음모론이다. 기상학계에서는 기상 조건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는 정보를 먼저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이미 음모론에 빠진 개인은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시민 대상 강연을 해온 후루타 편집장은 정보의 모순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상대에게 그 이야기가 틀렸다고 정면으로 부정하면, 상대방은 오히려 자기 자신이 부정당했다고 받아들이기 쉽다"며 "오히려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할 근거를 더 찾으려 하면서 음모론을 더 굳게 믿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후루타 편집장에 따르면 오히려 상대의 말을 반박하지 않고 '그 이야기는 어디서 접했는지', '어떻게 그 이야기를 믿게 됐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효과적이다. 상대방도 생각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모순을 스스로 발견하게 되는데, 이 균열이 음모론에서 벗어나는 시발점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유명 배우 갑작스러운 사망에 음모론 솔솔…심각하게 빠진 사람 걱정된다면[음모론 비즈니스] 원본보기 아이콘

다만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음모론과 허위정보 대응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누구나 그럴듯한 허위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된 데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하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모론과 관련한 대책도 이를 고려해 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반 데어 린덴 교수는 "AI는 그럴듯하고 설득력 있는 음모론을 만들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집단별 특성에 맞춰 내용을 맞춤형으로 생성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 "앞으로는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AI가 악의적인 세력에 의해 활용되는 'AI 스웜(AI swarms)'과 인간이 결합한 '사이보그 선전'이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음모론과 허위정보가 더는 한 국가에 머무르지 않고,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로 확산·재생산되는 것도 AI 시대의 특징이다. 후루타 편집장은 "JFC도 일본에 들어온 중동 정세 관련 허위 정보를 중동에 있는 현지 팩트체커와 함께 검증하거나, 일본과 대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는 허위 정보를 상호 공유하고 있다"며 "음모론이 국경을 넘는 시대인만큼 대응도 국경을 넘는 방식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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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데어 린덴 교수는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위에서 아래로 이뤄지는 정부의 규제와 아래에서부터 쌓아가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모두 필요하다"며 "핀란드의 경우 만 4세부터 학교에서 허위정보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만은 중국발 딥페이크에 대응하기 위한 프리벙킹을 적극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교육, 플랫폼 사업자 등 기업의 책임이 함께 이뤄져야 사회 전체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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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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