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책’에서 성경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소설 ‘아틀라스(Atlas Shrugged)’가 받은 평가다. 이 책을 번역·출간한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이런 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이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2009년 한 해 판매량만 50만 부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이 소설은 정부 규제와 집단주의가 강화되는 사회에서 기업가와 발명가, 지식인들이 파업을 선언하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버린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혼란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지면서 사회는 파멸로 빠져든다. 이런 설정과 결말을 통해 ‘아틀라스’는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한다.


작가는 러시아 태생 유대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아인 랜드(1905~1982)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랜드는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집안의 전 재산이 몰수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1927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아틀라스’와 아인 랜드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고, 그 영향을 가장 크게 증폭한 인물이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다. 지난 22일 향년 100세로 타계한 그린스펀은 랜드를 사상적 스승으로 삼아 추종했다. 1950년대에 그는 랜드가 뉴욕에서 운영한 철학 클럽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1960년대에는 랜드의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에서 ‘자유 사회의 경제학’을 주제로 열 차례 강연했다.


“그는 시장 지향적이고 친자본주의적인 원칙을 랜드와 공유했다.” 그린스펀을 ‘거장’이라고 평가한 책 ‘Maestro’(2000)는 이렇게 전했다. 그린스펀은 “아인 랜드를 만난 후 자본주의의 도덕적 힘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고 책 ‘그린스펀 효과’는 인용했다.

그린스펀은 1987년 연준 의장으로 선임된 뒤 2006년까지 재임하면서 시장을 깊이 신봉했고 시장을 적극 보호했다. 둘째 기조를 가리키는 ‘그린스펀 풋’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이는 주가 폭락에 대응해 그린스펀의 연준이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을 떠받쳐주는 조치를 뜻한다.


그린스펀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생산성 혁명으로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장기 성장이 가능해졌다는, 증권가 일각의 ‘뉴 이코노미’ 주장을 일찌감치 채택했다. 이후 열정적으로 신경제 환상을 확산했다. 그의 신경제 환상과 저금리 여건이 일조한 닷컴 버블은 2000년에 붕괴됐다.


이후에도 그의 시장 추앙은 흔들리지 않았다.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대해 그는 “기술적 진보가 금융서비스 산업의 효율과 규모를 크게 키운 사례”라고 예찬했다. 연준 내부 경고도 무시했다. 일례로 에드워드 그램리치 이사가 2004년 5월 “약탈적 대출에 맞서는 좋은 방어책”으로 “은행들에 대한 철저한 준법 여부 조사”를 제안했으나, 그린스펀은 2005년 5월 “시장 규율이 정부 규제보다 과도한 위험 추구를 억제하는 데 대체로 훨씬 효과적이었다"며 반박했다. 둘째 버블 붕괴는 전 세계를 수년간 심각한 불황에 빠뜨렸다.


시장 추앙자에게 시장 감독을 맡기면, 그는 시장 위험을 오히려 전파하고 증폭한다. 그린스펀이 뜻하지 않게 남긴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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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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