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AI의 지식 독점 막아야"
프론티어 AI와 빅테크 동맹, 서서히 균열
AI에 사업 침범 당하는 빅테크들 딜레마
"인공지능(AI)이 세계 경제를 잡아먹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금융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입니다. 고성능 AI 모델이 대량 실직을 야기하는 와중에 막대한 AI 시설 투자를 감행할 수 없다는 겁니다.
오픈AI, 앤스로픽 등 이른바 '프런티어 AI 기업'들의 모델이 질주하는 가운데, 빅테크들 사이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대량 실직에 대한 우려 때문만은 아닙니다. AI가 기존 빅테크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데, 정작 빅테크는 AI 기업들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짓느라 현금 여력이 소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빅테크-AI 동맹의 균열
나델라 CEO는 인터뷰에서 "모든 사무직 일자리가 AI 때문에 사라지는데, 모든 역량을 데이터센터 구축에 쏟을 수는 없다"며 "극소수의 기업과 AI 모델이 모든 지식을 독점하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신 MS는 훨씬 저렴하고 간단한 AI 모델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일반 직장인이 부담 없이 토큰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로, 이미 MS는 '코파일럿 코워크'라는 제품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중국의 오픈소스 기반 저가 모델인 딥시크(Deepseek) 탑재도 검토 중입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기존 MS의 AI 전략과 상반됩니다. MS는 과거 오픈AI에 대규모 전략 투자를 감행하며 사실상 동맹 관계를 맺었고, 앤스로픽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수조원대 투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사실상 오늘날 프런티어 AI 기업은 빅테크 덕분에 성장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AI 관련 비용을 억제하려 합니다.
돈은 빅테크가 쓰는데 과실은 AI가 가져간다?
프런티어 AI 기업이 성장하면서 빅테크들은 딜레마에 처하게 됐습니다. 과거 프로그래밍 보조 도구, 사무용 소프트웨어 등은 모두 MS를 비롯한 빅테크의 핵심 수익원이었습니다. 하지만 AI가 이런 업무를 자동화할수록, 그만큼 빅테크는 캐시 카우를 빼앗기는 겁니다.
게다가 빅테크는 AI 기업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대여하는 '하이퍼스케일' 사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더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그동안 빅테크들은 막대한 현금을 시설 투자에 쏟아부었고, 이로 인해 현금 여력이 소진된 상황입니다. 지난달 월가 전망치에 따르면 미국 4대 빅테크의 올해 잉여 현금흐름(Free Cashflow·기업이 주주 배당, 부채 상환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2014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약화된 재무제표는 투자자 심리에도 영향을 줍니다. 하드웨어 기업들이 올해 랠리를 펼치는 사이 MS, 구글 등은 상대적 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즉, AI 기업은 빅테크가 구축한 데이터센터에서 더욱 강력한 모델을 만들어 기존 빅테크의 사업 영역을 침투하고, 빅테크는 이들을 위해 현금만 지출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셈입니다.
불만 터진 빅테크들…"AI가 경제 집어삼켜선 안 돼"
나델라 CEO는 지난 15일 자신의 공식 엑스(X) 계정에 장문의 글을 올려 MS가 AI 전략을 수정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는 "AI 시대의 진정한 기회는 최고의 AI 모델을 만드는 게 아니라, 모델과 인간을 아우르는 반복 학습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모든 기업이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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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는 모든 기업, 모든 산업이 AI 모델에 가치를 흡수당하는 세상을 원치 않는다. 사회도, 정치권도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극소수 AI 기업이 경제를 집어삼키는 세상이 아니라 전체 기업, 산업, 국가에 새로운 가치가 흘러가는 세상을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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