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직후 1945년 한국인들이 마사회 인수
이후 '한국마사회' 명칭 사용 시작
"광복 이후 4년의 경마 역사 복원"…기관 정체성·역사성 재정립

한국마사회가 창립기념일을 기존 1949년 9월29일에서 1945년 9월24일로 바꿨다. 해방 직후 우리 손으로 조선마사회를 인수하고 '한국마사회'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날을 공식 창립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마사회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보고와 임직원 의견수렴, 이사회 보고·의결을 통해 창립기념일을 1945년 9월24일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창립기념일 변경은 단순한 날짜 조정이 아니라 한국 경마와 마사(馬事) 행정의 역사를 다시 정립하는 의미를 갖는다.

출발대를 박차고 나서는 경주마들. 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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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관계자는 "창립기념일은 대내외적으로 기관의 역사적 출발점을 상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기관 창립기념일 재설정을 통한 연혁의 모순점을 해소하고, 조직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1949년 기준은 해방 후 4년 역사 부정= 그동안 마사회는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가 기관 명칭 변경을 승인한 1949년 9월29일을 창립기념일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광복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 약 4년 동안 이어진 합법적 경마 시행과 한국마사회의 실질적 활동 역사가 공백으로 남게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는 1945년 10월 광복 후 첫 해방경마를 시행했는데 현행 창립기념일(1949년 9월29일) 기준 적용 시, 첫 경마를 포함해 해방 이후 약 4년간 합법적 경마 시행 역사 부정하는 결과 초래한다"며 "결국 기존 기준은 해방 이후 한국인들이 직접 마사회를 운영하며 경마를 재개한 역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관도 역사 계승과 정통성 확립 등의 이유로 기관명을 변경한 사례가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조선전업과 경성전기, 남선전기 총 3개의 전력회사 통합한 '한국전력주식회사' 설립일인 1961년 7월1일이 창립기념일이었지만 최초 전력사업기업인 '한성전기회사' 설립일인 1898년 1월26일로 변경했다. 2020년 농협도 중앙농협의 정통성 확립 차원에서 통합농협 출범일(2000년 7월1일)에서 농협은행과 농협협동조합이 통합된 '종합농협' 출범일(1961년 8월15일)로 창립기념일을 변경한 바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2018년 일제 잔재 청산 차원에서 '철도의 날'을 일제 자본에 의한 경인선 개통일인 1899년 9월18일에서 대한제국 최초 철도국 창설일인 1894년 6월28일로 바꿨다.


실제로 마사회 등기부에는 1942년 3월 1일 일제강점기 설립된 '조선마사회'가 전신으로 기록돼 있다. 통상 창립기념일은 통상 법인의 경우 설립 승인 또는 등기일을, 개인사업자는 사업자등록일 또는 실제 개업일을 기준으로 삼는다. 또 실제 명칭을 정하고 사업을 시작한 시점을 기준으로 창립기념일을 지정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해방 이후 농림부의 기관 명칭 변경 승인일'을 창립기념일로 적용했지만 '현재의 기관명으로 실제 변경하고 경마시행을 준비한 날'인 1945년 9월24일로 변경한 것이다.


◆광복 40일 만에 우리 손으로 되찾은 경마= 마사회가 2024년 발간한 '한국경마 100년사'에 따르면 1945년 8월15일 광복 후 미군정이 실시됐고, 나명균과 이정래, 한용순, 이재간 등 우리 승마인들은 기존 일본인이 운영하던 조선마사회를 같은 해 9월22일 인수했다. 조선마사회는 9월24일부로 군정청의 인가를 얻어 명칭을 한국마사회로 변경했다. 당시 매일신보는 1945년 10월 1일자 기사에서 "조선마사회는 9월 24일부로 군정청의 인가를 얻어 정식으로 접수되어 그 명칭을 한국마사회로 개칭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운영하던 경마와 마사 행정을 우리 민족이 되찾은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창립일로 정해진 1945년 9월24일은 바로 이를 기념하는 날이다.


1945년 10월1일자 매일신보. 마사회

1945년 10월1일자 매일신보. 마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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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창립일의 또 다른 근거는 실제 사업 활동이다. 마사회는 명칭 변경 이후 곧바로 경마 재개를 준비했고, 같은 해 10월 광복 이후 첫 경마를 열었다. 해방 후 첫 경마는 1945년 10월 시행됐다. 즉 한국마사회라는 이름 아래 경마 사업을 준비하고 실제 운영한 시점이 1945년이라는 점에서 1949년을 창립일로 보면 역사적 연속성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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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창립일을 앞당기는 문제가 아니라 기관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성격이 강하다. 이번 변경으로 광복 직후 한국인들이 우리 손으로 경마와 마사 행정을 되찾았던 역사적 의미를 공식 연혁에 반영하게 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사회 관계자는 "연혁과 연감, 대외 홍보자료 등을 새 창립일 기준에 따라 정비할 계획"이라며 "올해부턴 새로운 창립기념일에 맞춰 기념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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