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놀랐다' 베일 벗은 中 슈퍼컴, 독자 기술로 세계 1위 직행
美 엘캐피탄 제치고 9년 만에 TOP500 1위 전격 등장
CPU에 AI 가속기·HBM 통합…中 "GPU 의존 없는 새 아키텍처"
화웨이發 기술 자립 과시…HBM 경쟁에도 파장
韓 '한강' 슈퍼컴도 하반기 순위권 도전
중국이 자체 개발한 슈퍼컴퓨터 '링성(LineShine)'으로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 정상에 복귀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를 비웃으며 독자 중앙처리창치(CPU)와 첨단 패키징 기술을 앞세워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도 세계 최고 성능을 구현하면서 글로벌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남겼다.
23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국제슈퍼컴퓨팅컨퍼런스(ISC)에서 발표된 'TOP500' 순위에 따르면 중국 국가슈퍼컴퓨팅 선전센터(NSCS)가 운영하는 링성은 초당 219.8경 회(2.198 Exaflop/s)의 연산 성능을 기록하며 등장과 함께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동안 세계 최고 성능을 기록했던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엘캐피탄(El Capitan)을 적잖은 격차로 추월한 것이다. 중국 슈퍼컴퓨터가 TOP500 정상에 오른 것은 2017년 '선웨이 타이후라이트(Sunway TaihuLight)' 이후 9년 만이다. TOP 500은 1년에 두 번 전세계 슈퍼컴퓨터들의 순위를 발표한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TOP500 제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실제 기술 수준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이미 엑사스케일 시스템을 개발한 것으로 추정해왔지만 이번처럼 세계 1위 성능을 공식적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엑사스케일(Exascale)은 초당 100경 회 이상의 연산을 뜻한다.
슈퍼컴퓨터는 기상예측, 신약 개발, 핵융합 연구, 반도체 설계, 우주개발, 인공지능(AI) 모델 학습 등에 활용되며 국가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한다. 링성이 추월한 미국의 슈퍼컴퓨터들도 대부분 미 에너지부 산하에서 핵무기 개발 등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결과는 최근 슈퍼컴퓨터 산업의 주류 흐름과 다른 방식으로 달성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들은 대부분 CPU와 GPU를 결합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엘캐피탄과 프론티어, 오로라 역시 AMD 또는 인텔 프로세서에 엔비디아의 GPU를 결합한 구조다.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흐름인 셈이다.
링성은 중국이 독자 개발한 CPU 기반 구조를 채택한 점에서 과거의 슈퍼컴들과 차별화된다. 과거 톱500 순위를 휩쓸었던 슈퍼컴들도 미국산 CPU와 GPU로 구성됐었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링성은 AI 행렬 연산 가속 기능을 CPU 내부에 통합한 새로운 아키텍처를 적용했다. CPU와 AI 가속 기능을 결합해 고성능컴퓨팅(HPC)과 AI 연산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이를 차세대 슈퍼컴퓨팅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링성의 AI 성능은 미국 슈퍼컴들에는 밀린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과는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목을 끌고 있다. 중국 측에 따르면 링성에 사용된 LX2 프로세서는 AI 가속 기능뿐 아니라 HBM(고대역폭메모리)을 패키지 내부에 통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은 현재 엔비디아와 AMD의 GPU의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이다. 미국은 CPU, GPU에 이어 HBM도 대중 수출을 규제 중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CPU 설계뿐 아니라 HBM을 프로세서 내부에 통합하는 첨단 패키징 역량까지 확보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HBM을 CPU와 결합하려면 고난도 패키징 기술과 고속 인터커넥트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미국의 기술 봉쇄를 극복한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시스템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전 영역에서 국산 기술로 구축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미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은 성과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미 언론들은 링성에 적용된 LX2 프로세서가 화웨이 계열 기술과 연관됐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개발 주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외 HPC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서버용 프로세서 기술이 반영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국내 HPC 전문가는 "이번 순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GPU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에서 CPU 기반 시스템이 세계 정상에 오른 것은 예상 밖 결과다. 중국의 CPU 설계 역량뿐 아니라 HBM과 패키징 기술 수준도 다시 평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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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구축 중인 국가초고성능컴퓨터 6호기 '한강(HANGANG)'이 연내 가동하면 하반기 TOP500 순위에서는 10위권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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