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덮친 인플레]④역대급 폭염까지…하반기 식량가격 급등하나
WB "올해 식품가 훨씬 큰 폭 상승 전망"
소맥·대두 등 국내 식품사 수입 원재료가
전쟁·기후 영향으로 최근 5년 등락 거듭
시차 두고 국내 식품가격 상승할 듯
"올해 리스크가 쌓이면서 글로벌 식품 시장이 위협받고 있다." - 세계은행(WB)
올해 하반기 밥상 물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이 휩쓸고 간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는 '슈퍼 엘니뇨' 발생 우려로 천재지변 급 복합 리스크가 국제 식량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에너지·비료·포장재 등 원·부자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폭우·가뭄 등 여파로 밀이나 코코아, 대두유와 같은 식자재까지 생산량 감소로 인한 가격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아시아경제가 국내 식품 제조사가 많이 수입하는 국제 농산물인 소맥, 대두, 옥수수, 버터, 코코아, 커피 등 6개 농산물의 최근 5년간 가격 추이를 살펴본 결과, 전쟁과 같은 단기적인 충격에 이어 가뭄·폭우 등 기후 변화에 따른 공급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가격 변동이 큰 폭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 전쟁 이후 안정된 소맥가격…최근 또 '들썩'
밀가루의 원재료인 소맥은 빵, 라면, 과자, 소스 등에 활용돼 국제 가격이 상승하면 식품 제조사의 원가에 즉각 타격을 주는 품목이다. 소맥의 7월 인도분 가격은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22일 부셸당 597.5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13.2% 상승했다. 소맥 가격은 2021년 702.34달러에서 이듬해 899.85달러로 급등했다가 이후 지난해 532.64달러로 서서히 내려왔다. 하지만 올해 또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대표적인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소맥 시장이 직격타를 입었는데, 여기에 폭염까지 가세해 소맥 가격 상승에 불을 붙였다. 당시 3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120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을 겪으면서 밀 수확량이 급감했고, 자국 소비를 충족하기 위해 밀 수출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같은 해 미국과 유럽에서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면서 추가로 밀 공급이 줄어들자 가격이 급격히 올랐던 것이다.
식용유 원재료인 대두와 전분, 액상과당 등을 제조하는 옥수수 가격도 전쟁과 폭염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두는 22일 부셸당 1115.75달러에 거래돼 지난해 말 대비 3.6% 상승했다. 옥수수는 같은 날 411.5달러로 연말 대비 6.5% 하락했다. 대두와 옥수수는 2022년 가격이 전년 대비 각각 13%, 19% 급등한 바 있다. 당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지역에 역대급 라니냐 현상이 벌어지면서 생산량이 급감했고 전쟁 여파로 유가가 폭등하면서 바이오 연료 수요가 늘어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
버터와 코코아, 커피도 마찬가지로 전쟁과 기후 문제가 동시에 터지면서 2022~2024년 높은 가격을 유지해왔다. 특히 코코아는 2022년까지만 해도 1t당 2000달러 선을 유지하다가 2024년 말 1만2000달러 선을 돌파하며 6배 가까이 폭등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코코아를 비롯해 버터와 커피 모두 주요 생산국에서 폭우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생산량 충격이 발생해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국제 가격 오르면 국내 식품價 시차 두고 올라
그동안 국제 식량 가격 변화는 국내 식품·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국제 식량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오뚜기와 CJ제일제당 등이 식용유 가격을 20% 내외로 인상했다. 같은 해 농심이 신라면 등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도 라면 가격을 올렸다. 새우깡 등 과자 가격도 올랐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빙과류 가격이 올랐으며, 2024년에는 코코아 가격 상승 압박에 롯데웰푸드와 오리온, 해태제과 등이 과자 가격을 올렸다. 당시 가나마일드 초콜릿이 2800원에서 3400원으로, 초코 빼빼로가 18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다. 커피 가격 상승에 따라 동서식품도 맥심과 카누 등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제품 출고가를 평균 8.9% 인상했다.
한국은행은 2023년 자료를 통해 "엘니뇨 기간 이후에는 국제 식량 가격 상승기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왔다"면서 "국제 식량 가격은 시차를 두고 국내 가공식품과 외식물가에 파급된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해수면 온도가 예년 대비 1도 올라갈 때마다 국제 식량 가격이 평균 1~2년 시차를 두고 5~7% 상승하고 국내 가공식품에 11개월, 외식 물가에 8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지수 중 식료품 물가는 올해 5월 126.79로 5년 전에 비해 20.6% 상승했다.
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 교수는 "이란 전쟁 종전 합의로만 봐선 가격 하락 요인이 될 수 있겠지만, 기후 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농업재해가 더 잦아져서 생산량 공급량이 부족해지는 부분이 (식품) 가격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환율이 올랐다는 점 또한 식탁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식품 가격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생산 능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고 농민들의 지속가능한 생산이 가능하도록 경영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반기엔 전쟁, 하반기엔 폭염…복합 위기 우려
WB도 최근 올해 세계 식품 가격 상승률이 당초 예상치(2.5%)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만 해도 곡물·기름 등 식료품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상태여서 식품 가격이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난 2월 중동 사태가 터지면서 에너지와 비료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동시에 하반기에는 '슈퍼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염, 폭우, 가뭄 등이 지속되면 농산물 생산량이 타격을 받으면서 가격 폭등으로 이어진다.
WB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식품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각국 정부에서 에너지와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전략 비축량을 확보하는 등 내수 중심적인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1997~1998년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전 세계 경제 생산량이 5조7000억달러(약 8762조원)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2016년 대규모 엘니뇨 현상으로 농산물 생산 손실이 3억2700만달러 규모라고 WB는 추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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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란 전쟁으로 이미 에너지와 비료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슈퍼 엘니뇨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크리스 자카리니 영국 에너지기후연구소(ECIU) 수석 애널리스트는 CNBC방송에 "올해가 이란 전쟁과 기후 위기가 엄청난 비용을 야기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엘니뇨는 일반적으로 코코아, 식용유, 쌀, 설탕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한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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