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아카이브 테이블, 2020-2025. 송은

아카이브 테이블, 2020-2025. 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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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주 개인전 '엔도스코페이아'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공기만이 아니다. 송은에서 열리는 전혜주 개인전 '엔도스코페이아'는 외부 세계가 신체 내부로 스며드는 과정을 따라간다. 제22회 송은미술대상 수상 기념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영상, 설치, 사운드, 사진 등 10점으로 구성됐다. 제목은 그리스어 endo(내부)와 skopein(관찰하다)에서 가져왔다. 작가는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관 구조처럼 설정하고, 지층에서 생장, 대기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미세 입자와 공기, 습기, 소리의 진동이 인간의 감각과 사회 구조에 개입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드러난 땅은 기억이 없다, 2022. 송은

드러난 땅은 기억이 없다, 2022. 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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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게 하기보다, 그것들이 이미 몸과 공간 안에 들어와 있음을 감각하게 한다. '엔도스코프'는 내시경의 시선으로 송은의 내부와 공조실을 훑으며 건축을 거대한 신체처럼 바라본다. '레퓨지아'는 유리 표면 위 꽃가루와 실크스크린으로 안과 밖을 가르는 경계를 흔들고, '대기, 장소'는 초지향성 스피커와 점멸하는 조명으로 공기와 먼지, 곰팡이, 습기의 흐름을 공간 안에 풀어놓는다. 산내 골령골의 기억을 다룬 '드러난 땅은 기억이 없다'와 'All-Over'는 토양과 미세 입자 속에 남은 역사적 흔적을 함께 불러낸다. 전시는 8월 1일까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송은.

아챠리니 케손숙, Cherrie, 2026, Oil on linen, 50x40cm. 호리아트스페이스

아챠리니 케손숙, Cherrie, 2026, Oil on linen, 50x40cm. 호리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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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아트스페이스 그룹전 '전부이거나 아무것도 아니거나'

살아 있다는 감각은 때로 전부처럼 밀려오고, 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사라진다. 호리아트스페이스 그룹전 '전부이거나 아무것도 아니거나'는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의 밀도를 네 작가의 회화로 펼쳐 보인다. 이은경은 자신과 세상 사이의 불화를 부풀어 오른 머리, 튀어나온 입, 수동적인 몸짓으로 드러낸다. 최우영은 사건이 막 지나갔거나 아직 일어나기 직전의 장면을 붙잡아 불안정한 마음의 시간을 그린다. 화면은 완결된 서사보다 정지와 연속 사이의 틈에 머문다.

김은미, On my shelf, 2026, Acrylic on canvas, 86.7x124.5cm. 호리아트스페이스

김은미, On my shelf, 2026, Acrylic on canvas, 86.7x124.5cm. 호리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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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미의 화면에서는 사물과 이미지가 스티커처럼 겹치고 쌓인다. 선반과 캐비넷 위에 놓인 도시, 잡지, 가구, 장식물은 하나의 사물이 다른 생각을 부르는 연상의 구조가 된다. 태국 작가 아챠리니 케손숙은 고전적인 명암과 섬세한 붓질로 인물, 고양이, 꽃, 과일 같은 작고 다정한 존재들을 조용히 세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화면이지만, 그 안의 정서는 가볍게 흩어지지 않는다. 전시는 7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호리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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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gorithm_5x9cm(each)_Mixed media on plaster_2026. 하랑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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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림 개인전 '떠도는 짐승과 낯선 이에게'

선명한 장면보다 낯선 형상으로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하랑갤러리에서 열리는 이세림 개인전 '떠도는 짐승과 낯선 이에게'는 무의식과 감각, 기억의 파편이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전시 제목은 작가가 여행을 앞둔 아침 산책길에서 떠올린 장면에서 출발했다. 올리브밭 주변의 풀내음, 황무지를 헤매는 짐승, 그 주인과의 만남 같은 감각이 논리적 서사보다 먼저 화면을 이끈다. 작품 속 나무와 짐승, 낯선 얼굴들은 특정 대상을 설명하기보다 내면 깊은 곳에 남은 잔상처럼 나타난다.

떠도는 짐승과 낯선 이에게 I_ 24x34cm_ Mixed media on plaster_ 2026. 하랑갤러리

떠도는 짐승과 낯선 이에게 I_ 24x34cm_ Mixed media on plaster_ 2026. 하랑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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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석회를 바른 캔버스와 불규칙한 석고 표면 위에 형상을 새긴다. 단단하고 거친 바탕 위에 남은 선들은 오래된 벽화처럼 보이고, 화면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기억의 층위를 품는다. 육각형 조각 위에 벌이 흩어지는 'Algorithm'은 기억이 배열되고 흩어지는 방식을 떠올리게 하고, '떠도는 짐승과 낯선 이에게 I'에서는 나무와 동물, 인간의 얼굴이 한 몸처럼 얽혀 있다. 이세림의 그림에서 낯선 존재들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자기 안의 감각에 가깝다. 전시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하랑갤러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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