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소유권 거래 확산
도난·자금세탁 우려도 커져
2030세대의 추억 소비가 대체투자로

단순히 키덜트 소비인 줄만 알았던 포켓몬 카드 시장이 새로운 수집 경제가 되는 모양새다. 특히 30년 가까이 이어진 생명력과 한정 생산품이라는 희소성, 감정 등급에 따른 가격 차별화, 여기에 리셀 플랫폼과 토큰화 기술이 결합하면서 포켓몬 카드는 '수집품'과 '투자 자산'의 경계를 빠르게 넘나들고 있다.

지난 5월 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겸 게임 '포켓몬스터' 30주년 행사에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며 행사가 중단되고 경찰과 소방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겸 게임 '포켓몬스터' 30주년 행사에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며 행사가 중단되고 경찰과 소방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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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30세대에게는 유년기의 추억을 되사는 소비이자,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대체투자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가격 상승만 노리고 뛰어들기에는 위험도 크다. 실물 카드는 위조·훼손·보관 비용 문제가 있고, 거래량이 적은 희귀 카드는 가격 산정이 불투명하다. 토큰화 카드는 플랫폼 신뢰와 금고 보관, 환매 조건, 규제 리스크까지 따져야 한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 온라인 경매 플랫폼 골딘의 '2026 봄 팝컬처 엘리트 경매'에서는 1996년 일본판 포켓몬 베이스 세트 102장 완성본이 17만 8120달러(약 2억 7300만 원)에 팔렸다. 리자몽·거북왕·이상해꽃 홀로그램 카드가 포함된 세트로 같은 경매에서 2002년 리자몽 카드와 2003년 크리스탈 리자몽 카드도 각각 12만 2000달러(약 1억 8700만 원), 10만 9800달러(약 1억 6800만 원)에 낙찰됐다.

고가 거래의 상징은 이미 피카추가 세웠다. 올해 2월 로건 폴이 보유했던 '피카추 일러스트레이터' 카드는 골딘 경매에서 1,649만2,000달러(약 252억 원)에 팔리며 경매에서 거래된 트레이딩 카드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기네스월드레코즈는 이 카드가 PSA 최고 등급인 젬민트 10을 받은 유일한 사례다. 원래 1998년 일본 일러스트 공모전 상품으로 배포됐다고 밝혔다.

추억 소비가 투자 시장으로…IP·희소성이 만든 가격 상승

포켓몬 카드 열풍은 단순한 수집 취미를 넘어 세대 소비 성향과 맞물려 있다. 포켓몬스터는 1990년대 후반 게임·애니메이션·카드로 출발해 30년 가까이 글로벌 IP로 생명력을 이어왔다. 어린 시절 포켓몬 카드를 모았던 세대가 이제는 구매력을 가진 2030·밀레니얼 부모 세대가 됐고, 유년기의 추억은 '소장하고 싶은 자산'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최근 수 억원에 거래된 리자몽 카드.  SNS 갈무리

최근 수 억원에 거래된 리자몽 카드.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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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열린 Grade 10 FEST Summer 2026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현지 매체들은 이 행사가 6월 19~21일 홍콩 완차이에서 열렸고, 120개 이상의 국내외 전시업체와 1996~2024년 희귀 포켓몬 카드 전시를 앞세웠다고 전했다. 카드 시장이 더는 일부 마니아의 취미에 머물지 않고, 경매사·중개 플랫폼·감정업체가 참여하는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격을 움직이는 핵심은 희소성과 상태다. 같은 리자몽이라도 발매 시기, 국가, 확장팩, 홀로그램 여부, 보존 상태, 감정 등급에 따라 가격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카드래더 자료를 인용한 포천 보도에 따르면 포켓몬 카드는 최근 20년간 카드 카테고리 중 가장 큰 장기 가격 상승률을 보였고, 일부 지수는 20년간 3,261%, 1년 기준 약 4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는 평균적 소비자가 아무 카드나 사도 수익을 낸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고수익은 극히 희귀하고 상태가 뛰어난 카드에 집중된다.

포켓몬 카드 시장, 2030년 약 36조원에 이를 전망

시장의 외형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직마켓리서치는 글로벌 트레이딩 카드 시장 규모를 2024년 158억 달러(약 24조 2000억 원)로 추정했고, 2030년에는 235억 달러(약 3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 동력으로는 디지털화, 소셜미디어 영향, NFT·디지털 카드 채택, 투자 수요 확대가 꼽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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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포켓몬 카드가 실물 기반 토큰, 즉 RWA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감정업체가 등급을 매긴 실물 카드를 금고에 보관하고, 그 소유권을 블록체인 토큰이나 NFT 형태로 거래하는 방식이다. 디크립트는 메사리 자료를 인용해 올해 5월 상위 7개 토큰화 포켓몬 카드 플랫폼의 가챠형 판매액이 2억3,000만 달러(약 3,500억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 3,200만 달러(약 490억 원)에서 많이 늘어난 수치다. 솔라나 기반 거래가 전체의 약 64%를 차지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이 모델의 장점은 거래 편의성과 유동성이다. 구매자는 실물 카드를 직접 보관하지 않아도 디지털 소유권을 사고팔 수 있고, 일부 플랫폼은 즉시 매입 기능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문제도 뚜렷하다. 랜덤 팩을 여는 '가챠' 구조가 수집의 즐거움과 투기의 흥분을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이다. 디크립트는 토큰화 플랫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제 뽑기에는 즉시 유동성이 붙었다"는 점을 새로운 변화로 설명했다.

리셀·오리파 과열 속 범죄 우려도…수집과 투기 사이

국내에서도 포켓몬 카드 열기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형마트 카드 자판기에는 1인 1개 구매 제한이 붙고, 희귀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제품은 입고 직후 동난다. 공식 매장 오픈 전부터 대기 줄이 마감되는 '오픈런'도 벌어진다. 20·30세대는 카드 팩을 뜯는 과정을 콘텐츠로 소비하고, 희귀 카드를 뽑으면 온라인 시세 사이트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가격을 확인한다. 카드 팩을 사서 웃돈을 붙여 되파는 리셀도 확산했다.

지난 5월 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겸 게임 '포켓몬스터' 30주년 행사에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며 행사가 중단되고 경찰과 소방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포켓몬 코리아는 희귀 카드를 주는 이벤트를 중단하고 인파 관리에 나섰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열린 일본 애니메이션 겸 게임 '포켓몬스터' 30주년 행사에 대규모 인파가 운집하며 행사가 중단되고 경찰과 소방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포켓몬 코리아는 희귀 카드를 주는 이벤트를 중단하고 인파 관리에 나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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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카드깡' 열풍은 사행성 논란도 낳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처럼 희귀 카드가 나올 가능성에 돈을 거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오프라인 카드 매장에서 판매되는 '오리파'는 등급과 구성이 임의로 섞인 랜덤 팩 형태이기에 수십만~수백만 원을 쓰고도 기대한 카드를 얻지 못할 수 있다. 포켓몬 카드가 투자 자산처럼 다뤄질수록 소비자 보호와 확률 정보 공개, 미성년자 구매 제한 등 제도적 논의도 불가피해진다.


과열은 범죄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고가 포켓몬 카드를 노린 절도와 강도 사건이 잇따랐다. SFGATE는 올해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온라인 거래를 가장한 포켓몬 카드 강도 사건이 발생했고, 용의자들이 판매자를 후추 스프레이로 공격한 뒤 카드를 빼앗아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또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는 희귀 포켓몬 카드와 트레이딩 카드 절도 피해액이 수십만 달러, 즉 수억 원대에 이른 사례도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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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포켓몬 카드가 자금세탁 수단으로 지목됐다. 앞서 스페인에서는 경찰 당국이 마르베야에서 스웨덴 범죄조직과 연계된 고가 포켓몬 카드 자금세탁 의혹을 적발했다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범죄 수익을 고가 수집 카드 구매로 바꾼 뒤 합법적 투자처럼 되파는 구조를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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