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 숨기고 교제하는 '위장 독신' 공론화
피해자 설문 207명 중 42명이 임신 경험
배상액 수십만엔 그쳐…형사 처벌 요구

일본에서 기혼자가 독신이라고 속이고 교제하는 이른바 '위장 독신'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에서 이른바 '위장 독신'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사베이

일본에서 이른바 '위장 독신'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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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일본 닛테레뉴스는 도쿄에 사는 30대 여성 마유(가명) 씨의 사연을 전했다. 마유 씨는 임신 17주에 교제하던 남자친구로부터 "사실 결혼했고 아이도 있다. 이혼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배 속 아이는 불임 치료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가진 아이였다.

두 사람은 지난 2022년 8월 지인 소개로 만났다. 남성은 교제 전 "나는 이혼한 돌싱"이라고 밝혔고,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을 약속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함께 불임 클리닉에도 다녔지만, 남성은 교제 약 2년 만에 마유 씨의 임신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결혼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충격 속 홀로 딸을 출산한 마유 씨는 남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상태로, 조만간 판결을 앞두고 있다.


최근 데이팅 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보급으로 신원을 잘 모른 채 만나는 경우가 늘면서 이 같은 '위장 독신' 피해도 확산하고 있다. 2년 전 '위장 독신 피해자 모임'이 설립된 뒤 지금까지 수백 건의 상담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207명 중 42명이 임신까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 독신'은 법정 다툼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5년 12월 도쿄지방재판소는 데이팅 앱에서 만난 여성에게 독신이라고 속이고 교제한 남성에게 정조권(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약 150만 엔(약 143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피해가 잇따르면서 가해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현행법상 피해자가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겨도 배상액이 수십만엔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마오카 마나 오사카대 대학원 교수는 "가해자들이 금전을 가로채거나 재산을 이전받은 것이 아니어서 '결혼 사기', 즉 사기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며 "현행 형법으로는 독신이라고 속이고 성관계를 한 행위 자체를 '부동의 성교죄'로 묻기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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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단체는 형사 처벌 신설과 민사 위자료 상향을 요구하며 지난해 2월부터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현재 약 1만 6000명이 동참했다. 사연을 전한 마유 씨는 "내 일이 크게 보도돼 이런 짓을 하려는 남성이 조금이라도 줄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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