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관세로 농민층 타격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농촌 표심 겨냥
이란 측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 의사 없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과정에서 이란 해외 동결자산의 사용처를 둘러싼 신경전이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동결 해제되는 이란 자금이 미국산 식량 구매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란 측은 기존 합의상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이란 동결자금, 美 농산물 구매에 써야"…이란 "그럴 의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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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행정명령 서명 후 "우리가 추진 중인 조치 중 하나는 동결 해제된 자금을 식량 구매에 사용하는 것"이라며 해당 식량은 미국 농민들로부터 구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옥수수와 대두 등 이란이 필요로 하는 품목이 미국 농가에서 조달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스위스에서 열린 미국·이란 후속 협상 뒤 기자회견에서 같은 구상을 설명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 자금 동결이 해제될 경우 해당 자금은 미국 농민들의 소득 증대와 이란 국민의 식량 공급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미국과 카타르가 승인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동결자산 해제가 이란의 역내 무장세력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에서는 미국이 이란에 현금을 직접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식량 구매 등 인도주의 물품을 위한 단계적 해제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이란 전쟁과 관세로 농민들이 타격을 받고 있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농촌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따라서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조건으로 내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농민층에 실질적 수출 성과를 제시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이란 동결자금, 美 농산물 구매에 써야"…이란 "그럴 의무 없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란 "미국산 농산물 구매 의무 없다" 선 그어


그러나 이란이 이 조건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기존 합의에 따라 테헤란이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란 측이 미국산 대두, 밀, 옥수수 구매 준비가 됐다는 신호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지난주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에는 이란 중앙은행이 동결 해제 자금의 수혜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은 동결자산 해제를 미국이 베푸는 경제적 혜택이 아니라 MOU 이행의 일부로 보고 있다. 이란 매체 누르뉴스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중재로 레바논 전쟁 종식을 위한 진전이 있었고, 석유·석유화학 수출 제재 중단, 해상 봉쇄 해제, 일부 동결자산 해제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카타르의 역할도 주목된다. 카타르는 파키스탄과 함께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중재해 왔다. 또 카타르에는 원래 한국에 묶여 있다가 2023년 미국과 이란의 수감자 교환 합의 이후 도하 계좌로 옮겨진 이란 석유대금 60억달러, 약 9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도 있다.


해당 자금은 한국 내 은행에 동결돼 있다가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당시 이란과의 수감자 교환 합의에 따라 카타르로 이전됐다. 당시에도 자금 사용처는 인도주의적 목적에 한정되는 구조였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카타르를 승인권 보유 국가로 지목한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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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WSJ는 이란의 해외 동결자산 규모가 여러 국가에 걸쳐 상당한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WSJ는 중국에 묶인 이란 동결자산을 200억~500억달러로 추정했고, 이라크 150억달러, 인도 70억달러, 일본 30억달러, 미국과 룩셈부르크에도 각각 20억달러 규모의 자산이 동결된 것으로 파악했다.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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