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원유 대거 공급 전망
대부분 중국·인도에 집중될 듯
핵사찰 두고 입장 차이 뚜렷
이란 "밴스 부통령 주장 거짓"
미국이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국제 판매를 60일간 허용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후속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이 먼저 석유 제재 완화에 착수한 것이다. 다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단의 이란 복귀 문제를 놓고는 미국과 이란의 발표가 엇갈리며 향후 협상 난항을 예고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가 이란이 오는 8월21일까지 원유와 석유제품을 국제 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60일짜리 라이선스를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라이선스는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 거래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는 것도 허용한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가 미국과 이란이 항구적 평화 합의를 위한 취약한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나온 "광범위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이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석유제품을 수입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고 전했다. 실제 수입이 이뤄질 경우 미국의 이란산 원유·연료 수입은 수십 년 만에 처음이 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기 행정부 당시 2015년 이란 핵합의에서 탈퇴한 뒤 이란 경제를 압박하기 위해 추진했던 '최대 압박' 정책과는 정반대 방향의 조치다. 블룸버그는 이번 제재 유예가 수년간 유지돼 온 이란 압박 정책을 되돌리는 성격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원유 대거 공급 예상…중국과 인도에 집중될 듯
석유시장에서는 이란산 원유가 글로벌 시장에 대거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는 이날 배럴당 77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이란산 공급 확대 기대가 단기 공급 과잉 전망을 키우면서 유가를 전쟁 발발 이후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이란이 지난주 미국과의 평화 합의 발표 이후 이미 수백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시장에 내보내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로 이란의 원유 수출이 최근 며칠 사이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란산 공급 재개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폐쇄로 촉발된 석유시장 공급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 산유국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핵심 통로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후 해협 통항이 크게 위축되면서 국제 석유시장은 대규모 공급 차질 우려에 휩싸였다.
다만 실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유럽연합(EU)의 대이란 제재가 여전히 남아 있고, 금융·물류상 제약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란산 원유의 현실적 목적지는 당분간 중국과 인도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동안 이란산 원유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향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유사들이 제재로 할인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왔고, 인도도 전쟁 기간 중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이란산 원유를 구매했다고 전했다. 앞으로 선주와 트레이더, 구매자들은 제재 리스크가 낮아진 상황에서 이란산 원유 거래를 재개할 수 있을지 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과거 제재 대상에 올랐던 선박을 통한 이란산 원유 운송도 허용한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 원유 거래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다수의 선박을 제재해 왔다. 이란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유조선단을 보유하고 있어 수출 재개 여력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제재 유예가 미국 국민에게도 에너지 가격 안정이라는 형태로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지율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종료 압박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핵사찰 재개 두고 입장 차이 드러내
핵사찰 문제에서는 양측 발표가 정면으로 엇갈렸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스위스 루체른 인근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후속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은 IAEA 사찰단을 자국으로 다시 초청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밴스 부통령이 첫 회담을 "매우 매우 좋았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은 이 조치가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비핵화하거나 종식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AEA 사찰단의 활동 재개가 이번 주 중으로 예정돼 있으며, 이르면 이날 중 시작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밴스 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는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이란은 앞으로 오랫동안 '핵 정직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규모 무기 사찰을 받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표현인 '핵 정직성'은 핵 프로그램의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란 측은 미국의 발표를 부인했다. 블룸버그는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밴스 부통령의 주장이 "거짓이며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IRIB도 외무부 대변인을 인용해 핵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으며, 테헤란은 기존 절차에 따라 IAEA와 관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매체들도 밴스 부통령의 발언을 사실로 단정하지 않았다. 누르뉴스는 밴스 부통령이 이란의 IAEA 사찰단 복귀 동의를 "주장했다"고 표현했다. 또 원문은 회담 초반 80분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은 없었고, 논의는 MOU 13조 이행과 레바논 문제에 집중됐다고 전했다.
타스님통신은 별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협상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했다. 해당 소식통은 그로시 사무총장의 스위스 방문이 이란과의 협상을 의미하지 않으며, 미국이 그로시의 협상 참석을 원했지만, 이란이 반대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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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자산 사용 문제에서도 양측 설명은 다소 다르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의 동결자산이 해제될 경우 해당 자금으로 이란이 미국산 대두, 밀, 옥수수를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이란 측이 실제로 이러한 구매에 동의했다는 신호는 아직 없다고 전했다. 또 지난주 체결된 MOU에는 이란 중앙은행이 동결 해제 자금의 수혜자를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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