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음모론의 사회적 비용
음모론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허위 정보에 따른 피해는 일반 국민에게 집중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음모론으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수십억달러 규모로 추산한 연구까지 나왔다. 문제는 피해의 범위다. 음모론으로 얻은 이익은 특정 개인과 단체에 집중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음모론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신뢰 붕괴는 장기간에 걸쳐 사회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미국에서는 음모론을 퍼뜨린 사람들이 거액의 배상 책임을 문 사례가 있다. 2012년 미국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26명이 숨진 사건이다. 당시 극우 방송인 알렉스 존스는 해당 사건이 정부가 총기 규제를 위해 의도적으로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희생자 부모들은 슬픔을 연기하는 '위기 배우'라고 비판했다. 해당 주장이 퍼지면서 신봉자들이 늘어났고, 이들은 유가족에게 협박 문자를 보내거나 거주지를 찾아내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사건 피해자들이 음모론 때문에 또다시 피해자가 된 것이다. 결국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음모론 유포자인 존스가 유가족들에게 14억달러(2조1518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영국에서는 음모론으로 이동통신 기지국이 불타는 사건이 벌어졌다. '5G 통신 전파가 코로나19를 퍼뜨린다'는 주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기지국이 공격 대상이 된 것이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20년 4월 영국 전역에서 이동통신 기지국 20곳 이상이 불에 타거나 훼손됐다. 특히 리버풀과 웨스트미들랜즈 일대에 공격이 집중됐는데, 일부 기지국은 5G 장비가 아니라 3G·4G를 사용하는 기지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차별 공격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동통신사에 다니는 기술자들이 시민들에게 폭언이나 위협을 당한 사건도 최소 30건 이상 집계됐다.
일본에서는 반(反)백신 음모론이 의료기관 침입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음모론 운동 '큐어넌(QAnon)'의 영향을 받아 생긴 일본의 단체 '야마토 Q'는 코로나19 백신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백신 반대 시위를 벌이는 데 이어 아예 의료기관에 찾아가 항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2022년 4월 야마토 Q 회원 4명은 소아용 백신 접종이 한창 진행 중이던 도쿄의 한 의원에 무단침입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백신 성분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들의 행위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판단했다.
이처럼 최근 음모론은 더 이상 온라인 공간에서만 머물지 않고 현실 세계의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음모론과 허위정보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을 금액으로 환산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추세다. 지난해 미국 브라운대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관련 허위정보는 2021년 미국에서 약 230만건의 추가 감염과 6만6000건의 추가 입원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로 인한 입원 비용만 20억달러(2조7000억원)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할 수 있었던 감염과 입원이 허위정보 확산으로 제때 이뤄지지 못해 발생한 비용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금전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장기적 사회 비용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음모론이 남긴 불신은 사건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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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연구자인 카렌 더글러스 영국 켄트대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음모론은 사회적 불신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공중보건과 민주주의에도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정부와 언론, 과학기관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 사회가 위기에 대응하는 능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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