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정영선 조경 철학
선유도공원·서울식물원 설계한 거장, 르엘 어퍼하우스 조경 마스터플랜 맡아

정영선 조경설계 서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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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엘 어퍼하우스는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에 약 4만 평 부지와 외곽 숲 1만 6,000여 평을 더한 총 5만 6,000평 규모로 자연친화적 주거 공간을 조성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단지는 도심 속에서 보기 드문 생태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대모산과 인릉산이 맞물린 산세 속에 주거·조경·산림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단지 자체가 숲 안에 들어앉는 구조로 지어지고 있다.

르엘 어퍼하우스 조경 마스터플랜은 정영선 서안 대표가 맡았다.

르엘 어퍼하우스 조경 마스터플랜은 정영선 서안 대표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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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지의 조경 마스터플랜을 대한민국 1호 여성 조경가 정영선이 맡았다. 약 5만6,000여 평의 대지 중 일부만 건축에 사용하고 대부분의 공간을 조경으로 채운 이 단지에서, 정영선 조경가는 단지 전체뿐 아니라 각 세대 내부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센트럴파크·빅 트리 파크·레인 가든·록 가든·가든 라운지·시크릿 가든, 그리고 일부 세대에 적용된 테라스·루프탑 가든까지 집 안과 밖의 경계 없이 자연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도록 했다.


정영선 조경설계 서안 대표는 1975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조경학과 첫 졸업생으로, 1980년 한국 1호 여성 조경 국토개발기술사가 됐다. 이후 반세기 넘게 한국 조경의 경계를 넓혀왔다. 단순한 정원 장식을 넘어 예술적 창조의 영역으로 조경을 확장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조경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제프리 젤리코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올해는 국내 최고 권위의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선정되며 그 업적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팔순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그가 평생의 가치로 삼아온 철학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미학은 그의 조경 작업 전반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예술의전당, 호암미술관 희원, 선유도공원, 청계광장, 서울아산병원, 경춘선 숲길, 서울식물원까지. 그의 손을 거친 공간들은 하나같이 자연과 인간을 유기적으로 이어주는 특유의 감각을 담고 있다.


훼손된 자연의 질서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그의 설계 철학은 르엘 어퍼하우스에서도 그대로 구현된다. 인공적으로 꾸미기보다 자연 지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그 질서 안에서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정영선의 조경은 꾸민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흐름을 살린 것이다. 르엘 어퍼하우스에서 숲은 더 이상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환경이다.

도심 속 희소성 높은 대규모 자연환경은 그 자체로 대체 불가능한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축 면적을 최소화하고 생태계를 보존하는 이러한 하이엔드 개발 방식은 향후 국내 최고급 주거 문화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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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공존을 평생의 화두로 삼아온 거장의 손길이 닿은 공간에서의 삶, 그것이 르엘 어퍼하우스가 입주민에게 제안하는 일상의 방식이다. 한강 뚝섬공원에는 브랜드 철학과 숲의 가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르엘 어퍼하우스 갤러리'가 운영 중이다. 사전 예약을 통해 방문할 수 있다.


이상현 기자 lshb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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