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데이터센터 운용사 유동성 악화
높은 반도체 마진 낮아질 가능성도
다가올 냉각기 대비 선제적 관리를
신현송 총재 취임 후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전격 상향 조정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1.57%)을 명백히 상회하는 수치다.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러온 반도체 수출 호황이 자리 잡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경계하는 한국은행은 오는 7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공식적으로 제기한 상황이다. 이러한 거시경제적 전환기에서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메모리 반도체의 쇼티지(공급 부족)와 주식시장의 호황이 과연 구조적으로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세 가지 축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AI 인프라 투자를 주도해 온 글로벌 하이퍼 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용사)들의 유동성과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2022년 기업들은 고금리 국면에서도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는 기초체력을 증명했지만, 최근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다. 실제로 구글이 무려 850억달러(약 130조원) 규모의 초대형 유상증자를 단행한다는 소식은 시장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자금 압박을 견디다 못한 메타와 아마존 역시 조만간 유상증자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둘째,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들의 설비 투자 확대로 현재의 고마진 구조가 낮아질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시장의 강력한 수요에 대응하고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국내외 투자를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장기 공급계약 3년 치가 동이 났다지만, 메모리 가격이 지나치게 치솟자 자금난에 직면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구매 계약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후발 주자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을 소폭 인하해 공급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공급은 늘어나고 수요처의 가격 저항이 본격화하면, 최근 70%대를 호가하던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의 영업이익률에 대한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셋째, AI 가속기 시장의 핵심 생태계 내부에서 메모리 의존도를 낮추려는 기술적 고도화와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주목해 볼 만하다. 그동안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독점 체제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다양한 보완재가 나타나며 메모리칩 수요가 폭발했다. 기술의 진화는 공급 부족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독점적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메모리 탑재 용량이나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의 차세대 가속기 아키텍처 개발에 착수했다. 초고가 메모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로는 빅테크 고객사들의 비용 저항을 이겨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미국의 기술 제재 속에서도 중국 등 신흥 공급업체들이 독자적인 AI 메모리 칩 및 가속기 개발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기존 메모리 3사가 누리던 독점적 쇼티지 생태계의 점유율이 낮아질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SK하이닉스가 장중 상승폭을 키우며 삼성전자(보통주 기준)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이로써 25년 7개월 만에 코스피 '왕좌' 교체가 이뤄진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51분 기준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084조65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시각 삼성전자 시가총액(2084조1983억원)보다 4천561억원 많은 상태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약 25년 7개월 만에 코스피 시총 1위 자리를 내줬다. 사진은 2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AI 슈퍼사이클은 분명히 맞다. 지난 22일 증시에서 지난 25년 7개월간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킨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왕위'를 넘겨줬다. 보통주만을 기준으로,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2084조6544억원을 기록해 삼성전자의 2084조1983억원보다 많았다. 삼성전자 우선주(삼성전자우·184조원)까지 포함할 경우 여전히 삼성전자가 큰 격차를 유지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 추월만으로도 SK하이닉스의 고공행진을 이끌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활황을 실감케 했다는 분석이 많다. 이는 서울대에서 두 회사의 계약학과가 의대를 제외한 일반 자연계열 학과들보다 압도적인 인기를 끄는 배경이기도 하다.
지금의 주식시장 호황 역시 언젠가는 거시경제적 환경의 변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정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 영원히 떨어지는 것도, 영원히 오르는 것도 없다. 구조적 지속 불가능성을 냉정히 직시하고, 다가올 냉각기에 대비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때라고 하겠다. 불장으로 오른 반도체 밸리의 집값 상승을 증세로 막겠다는 구상은 실패한 정책의 재탕이 아닌지 염려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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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경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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