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석은 법보다 시민의식 문제
누리꾼 "할말 하는 용기 대단" 반응
임산부석 비워두기 두고 의견 엇갈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신발을 벗고 다리를 길게 뻗은 채 여러 좌석을 차지한 남성의 영상이 공개돼 온라인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22일 유튜브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할 말은 하는 남자 멋지시네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지하철 객차 안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뒤 신발을 벗고 다리를 뻗어 좌석 세 칸가량을 차지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를 본 한 승객은 남성에게 다가가 "다른 사람들도 신발 벗고 다리 뻗고 싶지 않겠느냐. 하지만 공공장소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22일 유튜브 등에 올라온 영상에는 한 남성이 지하철 객차 안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뒤 신발을 벗고 다리를 뻗어 좌석 세 칸가량을 차지하는 모습이 담겼다.  SNS 갈무리

22일 유튜브 등에 올라온 영상에는 한 남성이 지하철 객차 안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뒤 신발을 벗고 다리를 뻗어 좌석 세 칸가량을 차지하는 모습이 담겼다.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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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해당 승객은 "신발을 벗고 발을 올리고 세 칸을 차지하는 게 문제"라며 "당신이 다리를 펴고 신발까지 벗고 있으니 더러워서 누가 여기 앉겠느냐"라고 말했다. 남성이 "더럽다는 거냐"라고 되묻자 승객은 "그럼 당신의 발이 깨끗하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응수하며 대중교통 이용 예절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저런 사람에게 직접 말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다" "공공장소에서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한다" "임산부석이 아니더라도 좌석 여러 칸을 차지하는 건 민폐" "할 말을 해야 할 때 하는 사람이 있어 다행"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에서는 "직접 제지하다가 다툼이 커질 수 있으니 역 직원이나 지하철 보안관에게 알리는 방식도 필요하다"를 비롯해 "제발 조작된 영상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이 진짜 있다고?" 등의 의견도 있었다.

지난해 임산부 배려석 불편 민원 6286건

이번 논란은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을 다시 불러왔다. 서울시는 저출산 문제와 임산부 이동 편의 증진을 위해 2013년부터 열차 한 칸당 2석씩 임산부 배려석을 운영해왔다. 2024년 10월 말 기준 서울 지하철 1~8호선에는 7334석, 9호선 636석, 우이신설선 72석, 신림선 96석 등 총 8138석의 임산부 배려석이 설치돼 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모습. 조용준 기자 jun21@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모습. 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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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도 도입 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측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접수된 임산부 배려석 관련 불편 민원은 6286건으로, 하루 평균 17.2건꼴이었다. 2021년 7434건, 2022년 7334건, 2023년 7086건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연간 6000건을 웃돈다. 민원 대부분은 비임산부가 착석한 뒤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산부들의 체감 불편도 적지 않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24년 10월 임산부 1000명과 일반인 1000명 등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임산부 배려석 이용 경험이 있는 임산부는 92.3%였고, 이 가운데 57.6%가 이용 시 불편을 느꼈다고 답했다. 불편 사유로는 '일반인이 착석 후 자리를 비켜주지 않아서'가 73.1%로 가장 많았다.

'좌석 비워두기' 인식은 여전히 엇갈려

다만 여전히 '배려석을 비워둬야 한다'는 인식을 두고 임산부와 일반인의 응답과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대중교통 내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두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일반인은 73.1%가 "비워둬야 한다"고 답했지만 임산부는 51.1%가 같은 답을 했다. 임산부 중 48.9%는 "비워두기보다 필요할 때 양보하면 된다"고 답했다.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모습.  조용준 기자 jun21@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모습. 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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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여론조사에서도 임산부 배려석의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대가 높았다. 한국리서치가 2025년 1월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는 임산부 배려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83%는 임산부 배려석 정책이 사회적 약자 보호에 기여한다고 봤다. 다만 평소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둬야 한다는 응답은 49%로, '비워두기'와 '필요시 양보' 사이의 인식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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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서울교통공사도 임산부 배려 문화 확산을 위해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공사는 보건복지부, 인구보건복지협회, KBS 아나운서협회 등과 함께 지하철역과 열차 안에서 임산부 체험, 안내방송, 피켓 홍보 등을 진행하며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 문화를 알리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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