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깊은 바다 ‘파동’, 양쯔강 홍수 불렀다?… KIOST, 65년간 미스터리 풀어
인도양 해양 파동 변화, 동아시아 여름 홍수 좌우… 한·미·인도 공동연구 규명
홍수 주기 빨라지고 최근 짝수 해 집중… 제주 저염수 피해 예측 기반 조성
양쯔강 유역을 덮친 대규모 홍수의 배후에 인도양 심층 해양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닷속 로스비 파동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강화해 동아시아 집중호우를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기상이변의 원인을 대기뿐 아니라 해양에서 찾아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이 제시됐다.
인도양 깊은 바닷속에서 시작된 거대한 물결이 수천㎞ 떨어진 중국 양쯔강 유역의 여름철 대홍수를 불러오고 있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강동진 박사 연구팀은 지난 30여년간 양쯔강 유역에서 여름철 대홍수가 급격히 잦아진 원인을 인도양 심층 해양의 로스비 파동(Rossby Wave) 변화에서 찾아냈다고 22일 전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미국 해양대기청(NOAA), 인도 열대기상연구소(IITM)와 공동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1960년부터 65년간 축적된 양쯔강 유량 자료와 해양·대기 관측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인도양에서 발생한 로스비 파동이 동아시아 강수 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로스비 파동은 지구 자전에 의해 형성되는 대규모 해양 파동이다. 이 파동이 인도양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면 차가운 심층 해수가 수면으로 올라오는 현상이 억제된다. 그 결과 인도양 남서부 해역의 표층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가열된 해수는 대기 순환을 변화시켜 북태평양 아열대 고기압을 강화한다.
강화된 고기압은 다량의 고온다습한 수증기를 양쯔강 유역으로 공급하고, 이는 집중호우와 대규모 홍수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인도양 파동과 동아시아 여름 강수 사이에 약 2년 주기의 연관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이 주기가 더욱 뚜렷해진 배경에는 로스비 파동 속도가 과거보다 약 70% 빨라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파동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도양의 수온 상승 시점과 동아시아 장마·집중호우 시기가 더욱 정확히 맞물리게 됐고, 그 결과 양쯔강 홍수가 빈번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양쯔강 유역의 대규모 여름 홍수는 1960년부터 약 30년 동안 5차례 발생하는 데 그쳤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11차례로 급증했다. 특히 2010년 이후 발생한 대형 홍수는 대부분 짝수 해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였다.
강동진 박사는 "인도양이라는 먼바다의 작은 변화가 동아시아 기상이변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규명한 연구"라며 "그동안 대기 중심으로 해석되던 여름철 홍수의 원인에 해양이 능동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대 남성현 교수도 "기후 예측 모델에 해양 파동의 움직임을 반영하면 홍수와 같은 극한기상 현상을 더욱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양쯔강 홍수가 약 2년 주기로 반복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짝수 해 여름철에는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중국의 홍수 원인 규명에 그치지 않는다. 양쯔강에서 대량으로 유출된 담수는 서해와 제주 연안까지 확산돼 우리나라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쯔강 홍수로 형성된 저염수는 전복과 소라 등 정착성 저서생물의 삼투압 조절을 어렵게 만들어 집단 폐사를 유발할 수 있다. 여기에 고수온 현상까지 겹치면 해양생물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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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는 올여름 우리나라 주변 해역 수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저염수 피해가 보고된 1996년과 2016년, 2024년 역시 모두 짝수 해였던 만큼 올해도 연안 생태계에 대한 면밀한 관측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구 반대편 바다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중국의 대홍수를 거쳐 한국 연안 생태계까지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제 기후 재난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늘뿐 아니라 바다 깊은 곳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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