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채원양 49재 추모제
친구 편지 낭독에 유족 오열
"5년, 10년이 지나도 내 옆에 단짝으로 있을 줄 알았어…."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에서 광주 여고생 흉기 살인사건 피해자 고(故) 이채원양(17)의 49재 추모식이 열렸다. 친구들을 대표해 단상에 올라 마지막 편지를 낭독한 단짝 친구 김나현양(17)은 끝내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며 울음을 터트리기를 반복했다.
한숨을 내쉬다 어렵사리 말문을 연 김 양은 "네가 떠난 지 49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자기 전에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곤 한다"며 "함께 햄버거를 먹고 케이블카를 타며 웃었던 여수 여행이 내 인생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너는 늘 나에게 좋은 말을 해주며 나를 품어준 친구였지만, 나는 그러지 못해 후회만 남는다"며 "교실에서 뒤를 돌아보면 이제는 너의 빈자리만 보여 허전하고 미안하고 그립다"고 전했다.
김 양은 "'성인이 돼서도 연락할 거냐'는 질문에 장난스레 답했는데 그때 더 확실하게 진심을 담아 말해줄 걸 너무 후회된다"며 "너무 그립고 네 목소리, 웃음소리 한 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다. 학창 시절을 빛내줘서 고맙고 다음 생에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땐 더 오래 더 좋은 친구로 함께하자. 채원아 보고 싶어"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광주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에서 열린 고(故) 이채원양(17)의 49재 추모식에서 이 양의 단짝 친구가 추모사 중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5분여 동안 이어진 편지 낭독 중 김 양이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하자 유족들은 "나현아 괜찮아"라고 말하며 다독였고, 이 말을 들은 추모객들도 고개를 떨구며 흐느꼈다.
어머니 "희망 같은 아이"…담임교사 "사람을 살리고 싶던 학생"
이 양의 어머니는 딸을 "희망 같은 아이"로 기억했다. 그는 "태명이 희망이었던 채원이는 이름처럼 밝고 따뜻하고 우리 가족에게 늘 희망 같은 아이였다"며 "밝은 미소로 주변 사람들을 먼저 챙기고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따뜻한 마음을 나눴던 착한 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응급구조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했고 음악을 좋아하고 강아지를 사랑했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늘 긍정과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채원이를 떠올릴 때 안타까운 사건보다도 따뜻하고 밝았던 모습,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가고자 했던 마음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담임교사 정회윤씨도 고인을 떠올리며 "늘 먼저 환하게 인사하고 선생님까지 잘 챙기던 학생이자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나섰던 아이"라고 말했다.
정 교사는 이 양이 응급구조사의 꿈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채원이는 응급구조사는 기술만 필요한 직업이 아닌 사회성, 판단력, 사람을 향한 시간이 중요하다고 여겨 미리 공부하고 대학 진로 프로그램까지 찾아다니던,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채원이의 이름을, 밝은 웃음을, 꿈을, 살아가야 했던 내일을 오래오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소방관들, 명예소방관증 유족에 전달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소방지부는 유족에게 명예소방관증과 구급대원 제복을 전달했다. 응급구조사를 꿈꿨던 이 양의 뜻을 기리기 위한 조치다.
이 양은 평소 늦은 시간까지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며 꿈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인 어린이날에도 늦게까지 공부한 뒤 귀가하던 길에 장윤기(23)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광주전남추모연대 등 지역 시민·노동단체들로 구성된 이채원 학생 추모 모임은 이날 49재 추모식을 열고 이 양의 넋을 기렸다. 49재는 오는 22일이지만,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장윤기(23)의 공판이 열린다는 점을 고려해 하루 앞당겨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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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애도·위로·동행의 약속·이별을 주제로 4부에 걸쳐 열린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친구들, 노동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박병규 광산구청장, 임문영 국회의원도 진흥원 1층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며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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