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특약' 쉽게 보고, 종이약관 없앤다…금감원, 보험약관 손질
금감원, 표준약관 개편 추진
전문 용어 순화·분쟁 소지 문구 정비
7월 초안 마련 후 9월 최종안 발표
앞으로 금융 소비자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상품 특약만 골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보험금 지급 분쟁의 원인이 돼 온 보험 약관 문구는 가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비되고 종이 형태의 약관은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계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보험상품 표준약관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지난 4월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 회의 이후 구성된 '보험상품 약관·상품설명서 개선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융 소비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보험상품 표준약관을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7월 개편 초안을 마련한 뒤 두 차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오는 9월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가입 특약 확인 절차 개선 ▲어려운 보험 용어 순화 ▲분쟁 소지가 있는 문구 정비 ▲종이 약관 폐지 등이다.
우선 소비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 특약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보험 약관에는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약 300개 특약이 일괄적으로 기재돼 있어 실제 가입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보험사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가입 특약만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이 개편될 예정이다.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약관 해석 논란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된다.
금감원은 우선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를 일상적인 표현으로 바꾸는 작업에 나선다. 현재 약관은 60쪽이 넘는 데다 의학·법률 등 전문 용어가 다수 포함돼 있어 가입자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예를 들어 보험료를 제때 내지 않았을 때 보험사가 보내는 독촉 통지를 뜻하는 '납입 최고(催告)'와 같은 용어는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다만 용어 순화 과정에서 새로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체 용어 선정에는 신중을 기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원 판례에서 약관 내 특정 용어의 의미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기존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용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분쟁 소지가 있는 약관 문구에 대한 점검도 이뤄진다. 약관은 보험금 지급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기준인 만큼, 일부 문구는 해석이 모호해 소비자와 보험사 간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일례로 '보험기간 중 발생한 사고로 장애를 입은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문구는 사고가 보장기간 내 발생했더라도 장애 판정이 보장기간 종료 후 이뤄질 경우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싼 해석 차이를 낳을 수 있다.
금감원은 이처럼 분쟁 가능성이 있는 보상 관련 문구를 더 명확하게 손질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올해 1분기 접수된 전체 보험 민원 8718건 가운데 6601건(75.7%)이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었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 흐름에 맞춰 종이 보험 약관은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소비자가 원할 경우에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대부분의 가입자가 보험 가입과 보험금 청구를 모바일·PC로 처리하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금감원은 이를 통해 불필요한 인쇄 비용과 종이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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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험 약관 개편은 이찬진 금감원장이 강조해 온 소비자 보호 강화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는 데 감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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