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 대기업 집단 고용 분석
전체 증가율 0.4%로 사실상 '정체'
쿠팡, 첫 고용 '10만 클럽' SK 앞질러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외형 성장과 영업이익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고용 창출력은 사실상 정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4대 그룹의 일자리가 도합 1만2000개 이상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의 재무적 성장과 일자리 확대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고용 디커플링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102개 그룹 대상 2024년~2025년 고용 변동 분석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의 102개 대기업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기재된 공정위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계열사의 12월 기준 고용 인원을 집계했다.

실적 대박에도 4대 그룹 고용 '뒷걸음'…삼성도 8년 만에 감소
AD
원본보기 아이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공정위가 지정한 102개 대기업 집단의 국내 계열사 3538곳의 총 임직원 수는 재작년 191만2302명에서 지난해 192만472명으로 1년 새 817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용 증가율은 0.4%에 불과해 사실상 고용 정체 상태를 보였다. 이는 직전 조사 당시 92개 대기업 집단이 기록했던 고용 증가율 1.8%와 비교하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마저도 지표상의 착시가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직원 수 1만명이 넘는 아워홈이 한화그룹 계열로 편입되면서 전체 고용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 인력을 제외하면 102개 그룹의 전체 고용은 사실상 감소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의 규모는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인 1555만5839명의 12.2% 수준에 불과해, 국내 고용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중소 및 중견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떠받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인 102개 그룹 중 최근 1년 새 직원 수가 늘어난 곳은 47곳이었고 44곳은 줄어들었다. 일자리가 가장 많이 증가한 대기업 집단은 한화그룹으로, 재작년 5만7387명에서 지난해 7만1711명으로 1년 동안 1만4324명의 고용을 창출하며 그룹 고용 순위를 9위에서 7위로 끌어올렸다.

쿠팡 그룹의 성장세도 독보적이었다. 쿠팡은 최근 1년 새 고용 인원을 8250명 늘리며 총 10만8131명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고용 10만 명 클럽에 진입했다. 이로써 쿠팡은 SK그룹을 밀어내고 그룹 고용 규모 순위 4위에 등극했다.

실적 대박에도 4대 그룹 고용 '뒷걸음'…삼성도 8년 만에 감소 원본보기 아이콘

반면 감원 한파가 가장 매섭게 몰아친 곳은 LG그룹이었다. LG그룹의 직원 수는 재작년 14만9459명에서 지난해 14만4089명으로 5370명이 줄어들며 3.6%의 감소율을 보였다. 이는 LG전자를 필두로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이노텍 등 핵심 계열사들의 고용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여파로 풀이된다.


그룹별 전체 고용 규모 순위는 삼성이 28만3830명으로 압도적 1위를 유지했으나, 2017년 이후 7년 동안 이어오던 고용 증가세가 2025년에는 전년 대비 931명 줄어들며 8년 만에 하락 반전했다. 삼성의 뒤를 이어 현대차가 20만1540명, LG가 14만4089명, 쿠팡이 10만8131명, SK가 10만4602명을 기록하며 고용 '10만 클럽'을 형성했다.


역설적인 점은 고용 '10만 클럽' 5대 그룹 중 쿠팡을 제외한 삼성, SK, 현대차, LG 등 전통의 4대 그룹은 최근 1년 새 매출 및 영업이익이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일제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4대 그룹에서 사라진 일자리만 도합 1만2375곳에 달한다.

AD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AI 확산으로 기업의 수익 증가와 고용 확대 간 연결고리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과거 제조업 중심 성장기처럼 대기업이 대규모 채용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은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이어 "AI 시대가 본격화할수록 스타트업과 혁신형 중소기업이 새로운 고용 창출의 핵심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