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OW]서울시장·구청장이 알아야 할 모아타운의 그늘
AD
원본보기 아이콘

서울시의 '모아타운' 사업은 노후 저층 주거지를 묶어 신속하게 정비하고,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복잡한 재개발 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업 속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있다. 2022년 시작된 모아타운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주택 공급 정책으로 자리 잡으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모습은 정책 취지와는 사뭇 다르다. 최근 강북의 여러 주거지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들여다보면, 이것이 과연 제대로 된 도시정비 사업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몇 년 전부터 중랑구, 성북구, 강북구 등에서 일어나는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재개발 움직임이 없는 어느 지역에 특정 업체에서 동원한 40~60대 여성 'OS요원(업체에서 고용한 홍보 및 동의서 징구 인력)'이 등장한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걷기 시작한다. 고령자들과 안면을 트고 동의서를 받은 뒤 이후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한다. 업체 주도로 조합이 만들어진다. OS요원의 활약하에 조합장과 임원을 뽑는다.


일부 단독·다가구 주택 소유자들에게는 "모아타운에만 지정되면 아파트 2~3가구를 받을 수 있다"고 약속한다. 주민들은 분담금 없이 혹은 낮은 분담금으로 아파트 2~3가구를 받을 수 있다는 꿈을 꾼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다. OS요원을 풀어 동의서 모집에 관여했던 업체가 공동시행자가 된다. 해당 지역의 재개발 사업 전반을 좌우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시공사 선정까지 특정 업체의 영향력 아래 이뤄질 수 있다. 조합은 형식적인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 조합장과 조합 임원이 복잡한 사업 구조나 계약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도, 검토할 능력도 없는 경우도 있다.


사업은 주민이 아닌 외부 사업자 중심으로 흘러가고, 갈등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이미 지역에 뿌리 내린 (OS요원들을 고용한) 특정 업체가 고비마다 '서면동의서'로 위력을 발휘한다.


갈등이 불거질 때 행정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모아타운 지정 단계에서는 "주택공급을 늘렸다"며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정작 분쟁이 발생하면 "사인 간 문제"라며 개입을 꺼린다. 민원이 쏟아져도 실질적인 조정이나 감독은 찾아보기 어렵다. 주민들 사이에선 오히려 특정 사업자 편을 드는 것 아니냐는 불신까지 커지고 있다.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단순한 과도기적 현상인지, 아니면 제도 설계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공동시행자 제도는 이번 논란의 핵심에 가깝다. 합법적으로 사업 시행자의 권한을 위임받은 업자가 마음먹기에 따라서 주민, 서민들은 '호구'가 될 수도 있다.

AD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현장 실태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시 정비 제도의 큰 틀은 법률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국회와 중앙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 현장에서 드러난 문제를 방치한다면 정책 신뢰는 물론, 향후 주택 공급 정책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