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는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리트(독일 가곡)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세계적인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는 '가곡의 왕' 슈베르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괴르네는 2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슈베르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연주한다.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반주를 맡는다.

겨울 나그네는 31년 짧은 생애 동안 600곡이 넘는 가곡을 작곡해 '가곡의 왕'으로 불리는 슈베르트가 죽음을 1년 앞두고 작곡한 그의 대표작이다. 슈베르트는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여 24개 곡으로 이뤄진 연가곡을 완성했다.


괴르네는 지난 18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슈베르트는 바흐 다음으로 저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 중요한 작곡가"라며 "슈베르트가 없었다면 저도 성악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무척 사랑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아주 어렸던 5~6살 때 처음 겨울나그네를 들었고 자연스럽게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바티론 마티아스 괴르네(왼쪽)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한세예스24문화재단

바티론 마티아스 괴르네(왼쪽)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한세예스24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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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르네는 "슈베르트는 문학 작품에 상당한 식견이 있었던 작곡가"라며 "시를 전혀 다른 차원의 음악으로 승화시켜 텍스트를 이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곡가"라고 평가했다.

괴르네는 겨울나그네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인간이란 존재를 성찰하게 하는 작품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을 받는 한 사내가 바람과 추위, 침묵 속의 자연을 마주하며 깊은 외로움과 고독을 경험한다. 그러한 시간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사내는 새로운 출발을 꿈꾸지만, 결국 삶은 반복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괴르네는 오늘날 디지털 환경 속에서 심화되는 고립감과 소통 부재를 언급하며 작품의 현대적 의미도 짚었다.


그는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이 연결돼 있지만 정작 진정한 대화는 줄어들고 있다"며 "그 결과는 외로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 나그네'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내면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괴르네는 뮐러의 시 뿐 아니라 슈베르트가 붙인 곡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는 "24곡 모두 아름다운 선율을 지니고 있지만 서로 비슷한 곡을 찾기 어렵다"며 "각 작품이 완전히 새로운 형식과 개성을 지니고 있어 저마다 다른 표정과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주를 맡은 선우예권도 여러 차례 슈베르트를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선우예권은 최근 새 앨범 '리스트'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슈베르트의 가곡 '바위 위의 목동'을 들으며 음악을 머리뿐 아니라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점을 깨달았다며 그래서 가곡을 특히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우예권은 노래하듯 연주하고 싶었다며 새 앨범에 리스트가 편곡한 슈베르트의 가곡 세 곡을 담았다.


선우예권은 괴르네와 함께 한 간담회에서도 "슈베르트를 가장 사랑하고 애정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곡가"라고 재차 말했다. 가곡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왼쪽부터)이 지난 18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왼쪽부터)이 지난 18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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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곡은 시와 음악이 결합된 가장 친밀하고 내면적인 장르"라며 ""조금 더 친밀한 호흡으로 대화를 하는 느낌이고 그게 굉장히 특별한 감정을 남긴다"고 말했다.


가곡을 사랑하는 선우예권은 괴르네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존경해 왔던 성악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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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예권은 가곡을 연주할 때는 다른 연주보다 더 많은 겸손함과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악가와 함께 유연성 있게 같이 함께 호흡하며 성악가의 미세한 변화에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한다"며 "피아노는 화자의 심리와 정서, 작품의 배경과 정서를 표현하는 역할도 맡는다"고 말했다. 이어 "슈베르트는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작곡가"라며 "그의 음악을 연주할 때는 무엇보다 작품의 정서를 깊이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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