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 인터뷰③

신약·첨단재생의료는 장기전…"중국과 정면 승부 불리"
"대형병원이 클러스터 허브 맡아 연구-시장 이어야"

"속도와 물량에서 중국을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의료 데이터로 승부하는 인공지능(AI) 의료기기는 다릅니다.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입니다."


정부는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를 통해 한국을 '추격자'에서 '선도국(퍼스트 무버)'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김용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은 한국이 앞설 수 있는 승부처로 AI 의료기기와 디지털 치료제(DTx)를 꼽았다. 이들 분야는 초기 투자에 필요한 인프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용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김용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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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그 차이를 동물실험 등을 수행하는 '웻랩(wet lab)'과 데이터를 다루는 '드라이랩(dry lab)'으로 나눠 설명했다. 신약개발에 필수인 웻랩은 막대한 시설 투자가 들어 이른바 '빅5' 병원조차 완비하기 어렵다. 반면 AI 의료기기 같은 드라이랩 분야는 고도화된 시설 없이 데이터와 아이디어만으로 접근할 수 있다. 김 원장은 "디지털은 인프라가 고도화돼 있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고, IT 기기 확산이 빠른 한국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가능성이 큰 만큼 현실의 벽도 뚜렷하다. AI 의료기기와 함께 디지털바이오의 한 축인 디지털 치료제(DTx)는 상용화 속도가 더디다. 불면증 치료제와 경도인지장애 훈련용 치료제 등이 일부 대형병원에서 처방되기 시작했지만 보급은 걸음마 수준이다. 김 원장은 확산을 가로막는 벽으로 환자의 낮은 순응도, 의사의 번거로운 처방 절차, 그리고 인식의 문제를 꼽았다. 그는 "디지털 치료제는 대부분 애플리케이션(앱) 형태여서 유료로 쓰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약을 삼켜야 치료받았다고 여기는 정서가 곧 벽이란 것이다.

글로벌 혁신 신약과 첨단재생의료는 추격에 더 긴 호흡이 필요한 분야로 꼽았다. 막대한 자본과 장기간 축적한 기초과학 데이터, 글로벌 임상 네트워크가 모두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AI로 후보물질을 빠르게 찾아도 가장 오래 걸리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임상 1∼3상의 허들은 그대로 남는다. 특히 신약 분야에서는 중국의 부상을 주목할 변수로 봤다. 김 원장은 "4∼5년 전까지 의료계가 중국을 다소 낮춰 봤지만 지금은 임상 경험의 단위가 다르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조차 중국이나 인도에서 임상해 받는 사례가 나온다"고 말했다. 임상 규모와 비용에서 격차가 벌어진 만큼, 한국은 정면 승부보다 강점이 뚜렷한 영역을 먼저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김용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김용욱 강남세브란스병원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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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분야를 막론하고 연구 성과가 시장으로 이어지려면 먼저 제도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과학자가 진료 실적만으로 평가받는 구조, 정보보호 규제에 가로막힌 의료 데이터 공유, 단계마다 끊기는 '이어달리기' R&D 예산이 대표적이다. 그는 "기초연구는 과기부, 임상은 복지부, 사업화는 산자부로 쪼개져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지원이 끊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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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반을 떠받칠 인력 문제도 과제로 손꼽힌다. 바이오 분야 기술인력 부족률은 반도체를 웃돌고, 지방은 더 심각하다. 김 원장은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가 대덕·오송·대구·익산 등 중앙정부형과 송도·홍릉·판교 등 지방정부형으로 나뉜다고 짚으면서 "지방에 전문 인력이 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의 의정갈등 사태 이후 비수도권 교수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지방 의료와 연구 공백은 악순환에 빠졌다. 그는 "지방 공동화는 어느 분야든 풀기 쉽지 않은 문제"라며 세제·자금 지원 같은 강력한 유인이 없으면 인재 유치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연구-시장 잇는 제도부터…"병원이 클러스터 허브로"

[Bio Story]③"데이터로 겨루는 AI 의료기기, 한국에 승산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러한 공백을 메우는 출발점으로 김 원장은 병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형병원이 클러스터에서 단순 치료 공간을 넘어 '허브'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임상으로 검증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테스트베드, 스타트업·IT 벤처와 결합하는 비즈니스 융합 거점, 원천기술을 고부가가치로 바꾸는 기술사업화 전초기지 역할이다. 그는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에서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 맡은 허브 기능을 사례로 들며 "신약이든 기기든 시험하고 인증받는 일은 결국 병원에서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혁신위 임기 내 과제를 "R&D 투자부터 규제 완화, 시장 진입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전 주기(End-to-End) 패스트트랙' 구축"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칸막이를 깨는 실질적 선례를 남기는 것이 혁신위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관건은 인허가와 예산을 맡은 각 부처가 협력의 폭을 어디까지 넓히느냐다. 김 원장은 "쉽지 않지만 성공하려면 그렇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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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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