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암표 활개…플랫폼 통해 정가 수배 거래
구단 자체 단속 강화에 선량한 팬들 제제받기도
암표 근절법 8월 시행…암표상 기준 등 보완해야

"암표를 판 적도 없는데 2년간 계정을 정지당했습니다."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의 열혈 팬인 정모씨(27)는 최근 구단으로부터 2년간 계정 이용 정지와 실버 등급 멤버십 자격 박탈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얼마 전 다른 팬에게 정가로 양도했던 티켓이 제3자를 거치면서 웃돈이 붙은 암표로 거래된 것이다. 구단 측 암표 문제로 '구매자가 몰랐다 하더라도 제3자가 웃돈 판매할 경우 부정 이용에 해당하며 그에 따른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약관을 신설한 뒤였다. 정씨는 "어렵게 구한 달빛시리즈 경기 티켓마저 하루아침에 잃게 돼 되팔이한 사람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며 "암표상 때문에 선량한 팬들까지 피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지난 13일 경기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KBO) 리그에서 KT위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지난 13일 경기 수원시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KBO) 리그에서 KT위즈와 NC다이노스의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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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거래가 프로야구(KBO) 리그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인기 경기 입장권이 정가의 갑절 넘는 금액에 거래되면서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단들이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정가에 티켓을 양도한 팬들이 불이익을 받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22일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 따르면 온라인 암표 신고는 최근 5년간 30배 가까이 폭증했다. 2021년 1423건에서 2022년 7829건, 2023년 1만4728건, 2024년 2만1442건, 지난해 4만1292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모니터링까지 포함한 전체 암표 적발·의심 건수는 같은 기간 1만8422건에서 30만7508건으로 16배 넘게 증가했다. 암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경찰청도 그간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다른 유형으로 포괄하던 암표 범죄를 올해 3월부터 별도 통계로 집계하기 시작했다.

암표 거래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거래 창구의 양성화가 꼽힌다. 경기장 주변이나 개인 간 이뤄지던 암표 거래는 이제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겼다. 티켓에 웃돈을 붙여 사고파는 거래가 활발해진 것이다. 현행법상 암표로 단속되는 건 매크로(자동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한 부정 거래다. 정가 양도나 소량의 수고비를 붙여 사인 간 주고받는 거래는 단속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리셀(재판매) 플랫폼을 통한 고가 거래 상당수가 단속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게 문제다.


대표적인 리셀 플랫폼으로는 '티켓베이'가 꼽힌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암표 문제와 관련해 질의가 집중된 기업이다. 이곳에선 인기 티켓이 정가의 수배에 거래되고 있다. 일례로 2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 삼성라이온즈 경기의 1루 응원단석은 정가 2만9000원의 6배가 넘는 18만원에 판매됐다. 1루 내야지정석A도 정가 2만5500원짜리 티켓이 13만원에 올라왔다. 지난 20일 경기의 중앙탁자석·중앙지정석 역시 정가의 4배가 넘는 22만~25만원에 거래됐다.


"선량한 팬까지 날벼락"…프로야구 덮친 '암표 거래' 원본보기 아이콘

암표 시장이 커지면서 공연법 및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이른바 '암표 근절법'이 마련됐다. 매크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재판매 목적의 부정구매, 상습·영업 목적의 부정판매 등을 금지한다. 위반 시 판매액의 최대 50배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야구 정규시즌 종료를 열흘가량 앞둔 오는 8월28일 시행으로, 당장 이번 시즌에는 억제 효과가 제한적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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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들은 예매 경쟁을 뚫지 못한 관람객 등 수요가 이어지는 한 웃돈을 노린 암표 거래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키움히어로즈 팬 김모씨(35)는 "수많은 클릭과 대기를 뚫고 들어가도 이미 좌석이 사라져 있는데, 곧바로 리셀 플랫폼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여전히 조직적인 암표 거래가 이뤄지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아타이거즈 팬 안모씨(27)는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리셀 플랫폼을 찾는데 판매자가 암표상인지 선의의 양도자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법 개정으로 암표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지만, 단속 과정에서 개인 간 정상 거래까지 부정행위로 휘말리지 않도록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식 가격이 있는데 추가 수익을 목적으로 웃돈을 붙여 되파는 것은 중간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범죄행위"라며 "다만 단속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가 양도자와 전문 암표상을 구분할 수 있는 규제 기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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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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