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정책은 데이터 확인 우선
"증거주의 유지 땐 증시 강세 흐름"
물가 재가속 확인 땐 긴축 명분으로 바뀔 수도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통화정책이 기존 예상보다 완화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워시 의장이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라고 해도, 경제지표라는 '증거'가 확인되기 전까진 성급하게 긴축 강도를 높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워시 첫 FOMC, 매파 색채 뚜렷

최근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워시 의장은 매파적 인물이지만, 그의 통화정책은 당분간 완화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드러난 워시 의장의 메시지는 분명 매파적이었지만, 동시에 그가 철저한 '증거주의'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도 더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이번 FOMC에선 고용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무게를 둔 메시지가 두드러졌다. Fed가 공개한 점도표에서 정책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올해 3.4%에서 3.8%로, 내년 3.1%에서 3.6%로 각각 높아졌다. 물가 전망도 상향됐다.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은 기존 2.7%에서 3.3%로 올라갔다.

워시 의장의 발언과 성명서 문구도 긴축적 색채가 강했다. 성명서에선 '물가 안정'이 전면에 부각된 반면, 기존에 강조되던 '최대 고용' 관련 문구는 삭제됐다. 인공지능(AI) 생산성 향상과 공급 측면 개선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고용보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더 큰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법학자의 증거주의, 시장엔 완화 신호

다만 워시 의장의 실제 정책 운용 방식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원은 "청문회 때도 그랬듯, 그는 다소 매파적 인물이지만, 그의 통화정책은 당분간 완화적일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는 '증거주의'를 따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시 의장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 법학 전공자다. 이 연구원은 "역사상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고, 법학을 전공한 'Fed 의장'은 두 명이다. 제롬 파월 전 의장과 워시 의장"이라며 "둘은 모두 '증거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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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증거주의는 법학의 핵심 원칙 가운데 하나"라며 "판단은 오직 증거에 근거해야 하며, 아무리 개연성이 높고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도 증거가 없다면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라고 부연했다.


워시 의장도 이번 FOMC에서 데이터 중심의 정책 판단을 강조했다. 워시 의장은 "금융시장은 입수되는 경제지표(incoming data)에 반응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 시장도 데이터를 보고 Fed도 데이터를 본다"며 "그 과정에서 시장가격이 중앙은행 의사결정에 중요한 정보가 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데이터 우선, 선제 안내 최소화' 방식의 통화정책 선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증시는 말보다 물가 숫자에 반응

문제는 법정과 금융시장의 시간이 다르다는 점이다. 법은 이미 발생한 사건을 사후적으로 판단하지만, 투자와 통화정책은 미래를 전망하고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물가가 충분히 오른 뒤에야 긴축에 나선다면 정책 대응은 한발 늦어질 수밖에 없다.


워시 의장의 증거주의 원칙이 유지된다면 주식시장엔 우호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인플레이션 재가속이 데이터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긴축 강도를 빠르게 높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반대로 물가가 다시 뚜렷하게 올라오면 '증거를 기다리는 Fed'는 시장의 안전판이 아니라 긴축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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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원은 "워시의 매파적 발언 자체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그가 여전히 '증거주의(data-first)'를 정책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유지하는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원칙이 유지된다면 투자자들은 '증시 강세, 채권 약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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