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최대 5.7조달러 피해"…세계 상위 10% 소비자 앞에 놓인 '환경 청구서'
영국 옥스퍼드대·네덜란드 레이던대 연구팀
"상위 10%, 연 최대 5.7조달러 피해"
비용의 83~93%는 '생물다양성·기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상위 10%가 해마다 최대 5조 7000억달러어치(2017년 기준 약 7800조원)의 환경 피해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와 네덜란드 레이던대 공동 연구팀은 18일 공개된 '네이처' 계열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지속가능성'에서 "세계 소비 상위 10%가 초래하는 환경 피해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브라질과 중국, 이집트, 독일, 인도, 미국 등 6개국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으며, '상위 10%'는 투자와 주택담보대출, 저축을 제외한 세후 소비가 연 2만 7000달러를 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은 소비 기반 환경발자국 자료와 '환경 가격 핸드북 2024'의 환경 비용 추정치를 결합해 상위 10%가 초래하는 피해 비용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이들이 해마다 유발하는 환경 피해 비용은 1조 7000억~5조 7000억달러(2017년 기준)로, 1인당 2300~7500달러 수준으로 추산됐다. 최소 추정치인 1조 7000억달러만으로도 유엔의 2035년 기후재정 목표와 2030년 생물다양성 재정 격차를 합한 만큼을 메울 수 있는 규모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 부족분에 맞먹거나 이를 웃돈다.
상위 10% 가운데 60% 이상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거주했고, 환경 부담도 이 지역에 집중됐다. 미국은 인구의 절반 이상이, EU는 40~45%가 고소비 집단에 속했다. 특히 미국 상위 10%는 1인당 연간 환경 피해 비용이 1만 9000~6만 3000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이들 소득의 6~20%, 보유 자산의 0.8~3%에 해당한다.
피해 비용에서 비중이 가장 큰 항목은 '생물다양성 손실'로 전체의 47~56%를 차지했다. 이어 기후변화(36~45%), 질소 오염(6~8%) 순이었고 담수 사용과 인 오염은 각각 2% 미만이었다. 연구팀은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변화가 합쳐 83~93%에 달한다며, 두 문제를 별개 과제가 아니라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 제1 저자인 잉에 스레이버 레이던대 박사는 "자연의 진정한 가치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환경 피해를 비용으로 제시하면 상위 10% 소비계층의 책임 규모를 보여줄 수 있다"며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이런 비용이 실제 환경 문제 해결에 쓰인다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 저자인 폴 베런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상위 10%는 가장 큰 환경 피해를 유발할 뿐 아니라 이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큰 영향력도 갖고 있다"며 "이들은 투자자이자 고용주, 사회적 유행을 만드는 주체, 시장 형성자로서 사회 전반의 소비·생산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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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고소비 계층을 겨냥한 환경세나 규제가 마련된다면 배출과 오염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이번 분석에 지구 시스템의 안전한 운영 범위를 뜻하는 9개 지구 한계 중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영양염류 오염, 담수 사용 등 4개만 포함돼 피해 추정치가 보수적으로 계산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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