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연출자가 답하지 못한 것들
공론화 성공했지만, 교실은 여전히 그대로
"학교폭력 아니더라도 요즘 아이들 보면…"

"현실에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을 연출한 홍종찬 감독의 말이다. 드라마 속 교권보호국의 폭력에 대해 "재미를 위한 판타지 요소일 뿐"이라며 현실과는 선을 그었다. 이 아슬한 경계가 작품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이다.


'참교육' 홍종찬 감독.

'참교육' 홍종찬 감독.

AD
원본보기 아이콘

홍 감독은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작품이 사회적으로 화두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넷플릭스에서 2주 연속 글로벌 비영어 쇼 부문 정상을 차지했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인기의 동력으로 청소년 문제를 꼽았다. "아이들만의 이야기 같지만, 가족과 학교는 물론 사회 전체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했다. 극 중 나화진(김무열)의 대사이기도 한 "세상에는 좋은 어른도 있어"다. 홍 감독은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외면하거나 모른 척해선 안 된다. 손잡아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폭력을 해법으로 삼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교권보호국에 대해 "파시즘적 정책"이라며 "교권 보호를 하더라도 교육적인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직 교사들 사이에선 마이스터고·특성화고를 폭력의 온상처럼 묘사한 장면들을 두고 반발이 나왔다. 법령상 폐기된 실업계고 시절의 낙인을 아무렇지 않게 되살리고, 교사들을 무기력한 집단으로 묘사했다는 문제 제기다.

넷플릭스 '참교육' 스틸 컷.

넷플릭스 '참교육' 스틸 컷.

원본보기 아이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드라마는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가해자들의 긍정적 변화를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스스로 상황을 헤쳐 나가는 주도성도 사실상 생략한다. 외부 권력이 개입해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머문다. 촉법소년, 거짓 성추행 신고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방식 역시 현실을 단순화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한계들은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학교라는 공간에 모인 다양한 주체들이 어떻게 하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 드라마는 이 질문 대신 한쪽을 악마화해 폭력으로 제압하는 방식을 택한다. 장기적으로 문제의 뿌리를 건드릴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홍 감독은 가해자들의 변화 가능성을 묻자 "현실에서는 전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가 말을 거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제작 반대 움직임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봐줘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나"라며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공론화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해냈다는 입장이었다. "드라마가 끝난 자리에 남는 물음에 다른 분들이 마침표를 찾아주셨으면 좋겠다."

AD

넷플릭스 '참교육' 스틸 컷.

넷플릭스 '참교육' 스틸 컷.

원본보기 아이콘

연출자로서의 말은 거기까지였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인터뷰 말미에 다른 얼굴을 보였다. 눈빛에 무력감이 가득했다. "비단 학교폭력이 아니더라도 요즘 아이들을 보면 숨이 막힌다. 초등학생 때부터 치열하게 공부하고, 대학에 가도 취업 경쟁이 이어진다. 갈수록 삶이 빡빡해지는 것 같다." 드라마 밖에서 그는 그저 평범한 아버지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