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당분간 유지
"호르무즈 상황 보고 7차 판단"
정유사 손실보전 재정지원 기준 마련 착수
업계가 요구한 국제시세 기준 보상은 배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 가격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2026.04.03 윤동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3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 가격에 휘발유·경유 가격 안내문이 놓여 있다. 2026.04.03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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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당초 예정됐던 7차 최고가격 지정은 미루고 현행 6차 최고가격을 그대로 연장하기로 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와 국제유가 안정 여부를 확인한 뒤 향후 최고가격제 유지 또는 종료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업계 손실 보상을 위한 재정지원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다만 정유업계가 요구해온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기준이 아닌 실제 원가를 기준으로 보상 규모를 산정하기로 하면서 손실보전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조만간 최고가격제 유지·종료 여부 결정"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18일 중동전쟁 대응본부 브리핑에서 "현재 6차 최고가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7차 최고가격 지정 여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등 종전 진전 상황과 국제유가 흐름을 지켜본 뒤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적용 중인 6차 최고가격 휘발유 ℓ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 당분간 유지된다.


양 실장은 7차 최고가격을 새로 지정하지 않고 6차 조치를 연장한 데 대해 '유연성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방식대로 7차 가격을 고시할 경우 최소 2주 이상 현 가격을 유지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게 되지만 현재는 중동 정세 변화가 빠른 만큼 조기 종료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다.

양 실장은 "오늘부터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합의가 효력을 갖기 시작했다"며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초 사이 상황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고가격제 종료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호르무즈 통항 정상화가 가장 우선 조건"이라며 "국제유가 흐름과 최고가격제 해제 이후 국내 석유가격 수준, 재정부담, 민생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판단하기에 최고가격제를 풀어도 국내 석유가격이 지금 수준에서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단계가 돼야 종료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7차 석유최고가격 지정 보류…현행 6차 가격 연장 원본보기 아이콘

"정유사 손실보전, 실제 원가 기준으로 산정"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정유업계 손실보전 기준도 마련했다. 산업부는 이날 '석유판매가격 최고액 지정에 따른 손실보전을 위한 재정지원 규정' 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번 고시는 석유사업법에 따라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석유정제업자와 수출입업자, 판매업자가 입은 손실을 재정으로 지원하기 위한 세부 기준을 담았다.


고시에 따르면 재정지원 기준금액은 정유사가 최고가격 지정 대상 석유제품을 생산·판매하기 위해 투입한 원가 등을 기준으로 산업부 장관이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적정 수준의 마진도 고려할 수 있다.


원가에는 원유 구입가격과 운송비, 보험료, 부대비용뿐 아니라 감가상각비, 인건비, 연료비, 국내 유통비 등 생산·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제반 비용이 포함된다. 양 실장은 "실제로 지출된 비용은 원가에 반영된다"며 "고시에 열거되지 않았더라도 관련 비용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는 항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열어뒀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정유업계가 요구해온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 이른바 MOPS 기준 보상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 실장은 "정유사들이 원했던 방식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국내 가격의 차이를 인정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정부가 마련한 방식은 도입가격과 부대비용, 생산·판매비용을 밑에서부터 쌓아 올리고 여기에 적정 마진을 고려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유사들이 희망했던 MOPS 가격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손실보전 규모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간극도 커질 전망이다. 정유업계 일각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손실 규모가 3조~4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정부는 이 같은 추산이 MOPS 기준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실장은 "정유사들이 생각하는 3조~4조원은 MOPS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검토하는 실제 원가 기준으로는 그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손실보전 예산으로 책정한 4조2000억원 규모로도 현 단계에서는 대응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양 실장은 "4조2000억원은 과거 두바이유 가격과 국내 유가 흐름 등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한 금액"이라며 "현재 상황으로 평가하면 손실보전 예산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보상액은 정유사들이 제출하는 원가 자료와 정산위원회 검증을 거쳐 확정된다.


재정지원은 분기 단위로 정산한다. 최초 정산 대상 기간은 최고가격을 처음 지정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난 달의 말일까지다. 정유사들은 정산 대상 기간 종료 후 60일 이내에 재정지원을 신청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30일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산업부는 7월 중 업계와 제출 자료 범위와 기준을 협의한 뒤 최대한 신속히 정산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손실보전 규모를 심의할 최고액 정산위원회도 구성된다. 위원회는 회계·법률·석유시장 분야 전문가와 정부위원 등 20명 이내로 꾸려지며 원가 산정, 적정 마진, 신청 서류 검증, 지급 여부와 지급액 등을 심의한다. 다만 정산위는 최종 의사결정기구가 아니라 심의기구다. 최종 지원 여부와 금액은 석유사업법에 따라 산업부 장관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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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실장은 "정산위원회가 객관적으로 심의하는 것은 맞지만 법상 재정지원 결정 권한은 산업부 장관에게 있다"며 "다만 장관이 정산위 심의 결과와 전혀 무관한 결정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정산위원 명단은 심의 과정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고려해 산정 기간에는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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