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불확실성 확대에 연구 현장 혼란
약가 개편안으로 중소社 수익성 우려 확대

편집자주정부의 약가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제약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 제약사들 사이에선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이에 따라 관련 인력이 이탈하는 흐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업계의 과도한 품목 수 경쟁, 위탁생산에 기댄 구조 등을 전환해야 한다는 개편의 취지와는 다르게 제약산업 본연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높아진다. 약가 개편을 앞둔 업계의 대응 양상과 과제를 짚어본다.

①흔들리는 연구실, 떠나는 인력

②'발등에 불' 제약사들, '품목 다이어트' 골머리

③모호한 우대 기준에 사업계획 수립도 차질


A제약사에서 8년간 복제약(제네릭) 연구개발(R&D) 업무를 맡았던 박사급 인력 정모씨는 최근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정씨가 몸담았던 개발 프로젝트가 회사 구조 개편 과정에서 멈춰 서면서다. 회사는 정부의 약가 개편 정책이 발표된 이후 수익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프로젝트 재개 시점을 정하지 않았다. 해당 조직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중견 규모 B제약사는 신약 개발 특화팀을 운영해왔지만 최근 일부 프로젝트의 규모를 축소하는 식으로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현금 투입 여력이 줄고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이 과정에서 박사·약사 출신 연구인력 일부가 퇴사를 결정하거나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봉 줄여서라도 갈래" 짐싸는 석박사들…제약사에 무슨 일이[약가개편 후폭풍]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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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멈추자 연구인력 이탈

제네릭 약가 개편을 앞두고 중소·중견 제약사 R&D 현장의 인력 이탈이 현실화하고 있다. 약가 개편안이 확정된 뒤에도 세부 기준과 적용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개발 프로젝트를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미루는 회사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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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부 중소·중견 제약사는 하반기 R&D 과제와 인력 배치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한 제네릭 개발 과제는 허가 신청을 늦추거나 개발을 중단하고, 신규 연구인력 채용도 보수적으로 돌리는 식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 개편 이후에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품목인지 다시 따져보는 회사가 많다"며 "프로젝트가 줄면서 그 팀에 있던 연구인력도 자연스럽게 이동을 고민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제네릭·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방향의 약가제도 개편안을 최근 확정했다. 대신 혁신형 제약기업과 준혁신형 제약기업에는 각각 최대 60%, 50%의 약가 가산을 부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일반 제네릭 중심의 사업 구조보다 R&D 역량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보상을 더 주겠다는 취지다.


업계는 이 같은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전환 과정의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네릭 매출에 의존해 R&D 비용을 마련해온 중소·중견 제약사 입장에선 약가 인하가 곧바로 현금흐름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식약처 심사인력도 새 경력 경로로


연구인력의 이직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회사의 프로젝트 지속성이 흔들리면서 동종업계 경쟁사뿐 아니라 안정적인 조직이나 허가·심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자리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나온다. 일례가 식품의약품안전처 심사인력이다. 식약처는 올해 의료제품 허가·심사 혁신 방안을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 심사 인력을 369명에서 564명으로 늘렸다. 지난 1월에는 공업연구사, 보건연구사, 전문임기제 등 여러 직렬에서 식약처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경력 채용도 진행했다. 경쟁률은 약 12대 1로, 통상적인 경력 채용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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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제약사의 프로젝트 지속성이 흔들리는 시점과 식약처의 심사 인력 확충이 맞물리면서 일부 연구인력에게는 식약처가 새로운 경력 경로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약처 심사관은 그동안 민간 제약사 R&D 인력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자리는 아니었다. 민간 제약사보다 처우가 낮고 업무 강도가 높다는 인식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연봉이 줄더라도 식약처에서 허가·심사 경험을 쌓으면 향후 제약사 인허가, 개발전략, 임상개발, 인허가 컨설팅 등으로 이동할 때 경력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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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약처 심사관은 전문성은 인정받지만 처우 때문에 연구원들이 크게 선호하는 자리는 아니었다"면서도 "회사 프로젝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정적인 공공기관 경력에 더해 나중에 민간으로 돌아올 때 활용도가 높다는 점을 계산하는 사람이 적잖다"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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