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보양식 프로슈토 에 멜로네
고대 로마 시절부터 즐겨 먹은 음식
햄과 멜론이 체액 균형 맞춘다고 믿어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한국인이 여름철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먹듯이, 이탈리아 국민은 '프로슈토 에 멜로네(Prosciutto e melone)'를 먹는다. 프로슈토는 햄, 멜로네는 멜론으로, 직역하면 '햄과 멜론'이다. 햄과 멜론을 함께 먹는 전통은 무려 1800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고대 로마에선 햄과 멜론이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한다고 믿었다.


1800년 넘게 이탈리아의 여름 보양식


이탈리아의 전통 음식 프로슈토 에 멜로네. 무료 레시피 사이트 '이탈리안 셰프' 홈페이지

이탈리아의 전통 음식 프로슈토 에 멜로네. 무료 레시피 사이트 '이탈리안 셰프' 홈페이지

AD
원본보기 아이콘

프로슈토 에 멜로네의 재료는 얇게 저민 염장 돼지 햄과 잘 익은 멜론 덩어리다. 멜론 덩어리 위에 햄을 올려 먹거나, 깍둑 썬 멜론을 햄으로 돌돌 말아 접시 위에 내놓곤 한다. 염장 햄의 짠맛과 멜론 과즙의 달콤함이 단짠의 조화를 이룬다. 프로슈토 에 멜로네는 특히 여름철 보양식으로 오랜 기간 사랑 받아왔다.

프로슈토 에 멜로네는 기원 후 200년대에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마 제국이 한참 유럽 대륙을 호령하던 시절이다. 멜론은 원래 중앙아시아, 서아시아에서 자라던 작물이었으나 기원 후 100년대부터 로마 제국에 전파됐으며, 프로슈토는 이탈리아반도의 토종 돼지를 잡아 만들었다. 광활한 대륙을 지배한 제국답게 유럽과 아시아의 문물을 합친 식문화였던 셈이다.


고대 로마에서 믿은 '체액설' 때문에 탄생


체액설은 인간의 몸에 네 개의 서로 다른 체액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학 이론으로, 적어도 중세 시대까지 유럽 의학계의 상식이었다. 사진은 16세기 독일 화가가 그린 체액설 묘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체액설은 인간의 몸에 네 개의 서로 다른 체액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학 이론으로, 적어도 중세 시대까지 유럽 의학계의 상식이었다. 사진은 16세기 독일 화가가 그린 체액설 묘사.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왜 로마인은 하필 햄과 멜론을 함께 먹을 생각을 했을까. 이탈리아 식문화 잡지 '이탈리(EATALY)'에 따르면, 고대 로마 의사들은 '체액설'을 믿었다. 사람의 몸은 뜨겁거나 찬 네 개의 체액으로 이뤄져 있다는 이론으로, 당시 의사들은 음식에도 뜨겁거나 찬 속성이 있어 둘의 균형을 맞춰야 건강해진다고 믿었다.

염장 햄은 마르고 따뜻해 '불'을 상징하는 음식이었으며, 물렁하고 단 과즙이 많은 멜론은 '물'을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둘을 같이 먹으면 몸의 균형이 이뤄져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게 로마인의 해석이었다. 이로 인해 프로슈토 에 멜로네는 뜨거운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온실 농법이 희귀했던 과거에는 귀족이나 겨우 구해 먹을 수 있던 음식이었지만, 농업 기술이 고도화한 20세기 후반부터는 서민들도 즐겨 먹는 이탈리아의 대표 요리가 됐다.


염장 생햄이라면 뭐든 어울려…멜론은 중간 품질로


이탈리아 염장 생햄 프로슈토. 픽사베이

이탈리아 염장 생햄 프로슈토. 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

비록 로마 의사들이 굳게 믿었던 체액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지만, 프로슈토 에 멜로네 자체는 훌륭한 영양 균형을 갖춘 식품이다. 프로슈토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며, 멜론은 비타민, 식이섬유 등 비타민을 보충해 준다.

AD

오늘날 프로슈토 에 멜로네는 멜론 위에 햄만 올려 먹으면 되는 간단한 음식인데다, 단맛과 짠맛이 조화를 이루는 오묘한 풍미 덕분에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햄은 프로슈토와 유사한 염장 생햄이라면 무엇이든 사용해도 괜찮지만, 관건은 멜론이다. 멜론의 맛이 햄을 가리거나, 반대로 햄을 압도해서도 안 된다. 은은한 향의 고급 멜론도, 너무 당도가 강한 품종의 멜론도 아닌, 딱 적당히 익은 멜론을 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