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전했어” 친구의 거짓말…대법 전합 “안 말린 ‘음주 진범’도 유죄”
대법 "거짓 자백 묵인도
방어권 남용… 형벌 피할 수 없어"
대법관 8대5 팽팽한 격론
"수사 왜곡하는 행위 엄벌"
자신이 저지른 음주운전을 숨기기 위해 동승자가 대신 경찰에 거짓 자백을 하는 것을 돕거나 내버려 둔 행위는 '방어권 남용'에 해당해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범인도피방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자 조수석에 동승한 친구가 경찰관에게 "내가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하며 음주 측정에 응하는 등 범인도피 행위를 하는 것을 용이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동안 대법원은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방어권 행사로 보아 처벌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을 허위 범인으로 내세우는 이른바 '범인 조작형 도피행위'는 방어권 남용으로 보아 처벌해 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진범이 타인의 거짓 자백을 적극적으로 지시(교사)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돕거나 방치(방조)한 경우에도 범인도피방조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8(유죄) 대 5(무죄 취지) 의견으로 A씨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유지했다.다수의견(8명)은 "범인을 위해 타인이 허위로 자백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는 것을 스스로 방조하는 경우, 방어권 남용으로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한다는 현재 판례는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허위 범인으로 인해 진범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불가능해지는 등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며 "방조에 대해서만 처벌을 배제하면 관련자들의 진술을 악용해 형사처벌을 피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담 형태가 '교사'인지 '방조'인지에 따라 처벌 여부를 달리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5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타인을 타락시켜 새로운 범죄자를 만드는 교사행위와 달리, 본범의 행위를 돕는 방조행위는 본질적으로 자기방어를 위한 인간 본성에 따른 행위"라며 "방조행위까지 예외적인 방어권 남용 법리를 확대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원칙 등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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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은 범인이 자신을 위한 타인의 허위 자백이나 진술을 촉진, 강화, 용이하게 한 경우 방어권 남용으로 범인도피방조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의 타당성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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