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150만원짜리 유치원 "대학 등록금보다 비싸다"…댕댕이도 사교육 시대[펫&라이프]
강남권 유치원 월 150만원
대학 등록금 웃도는 반려견 교육비
사회화 훈련부터 수중 트레드밀까지
반려동물을 자녀처럼 키우는 이른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문화가 확산하면서 관련 교육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사료·간식·병원 진료 중심이었던 반려동물 소비가 유치원과 행동 교정·피트니스·스포츠 교육 등 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1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2015년 1조8994억원에서 2020년 3조3753억원으로 5년 만에 77.7%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시장 규모가 6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반려동물 관련 업체 수도 2018년 1만3491개에서 2022년 2만2076개로 늘었다.
특히 반려견 유치원이 주목받고 있다. 맞벌이 부부와 1인 가구 증가로 반려견을 위탁시설에 맡기는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집에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유치원이나 호텔, 펫시터 등 위탁시설에 맡긴다는 응답은 2021년 11.4%에서 2023년 33.5%로 증가했다.
유치원비, 대학 등록금보다 비싸
반려견 유치원은 이제 돌봄 시설을 넘어 교육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 성수동의 한 프리미엄 반려견 유치원은 주 3회 프로그램 기준 소형견 월 132만원, 중형견 월 150만원을 받는다. 픽업 서비스와 야간 프로그램이 포함된 상품이다. 논현동의 또 다른 유치원은 주 5회 과정이 소형견 월 92만5000원, 중형견 월 138만5000원 수준이다. 성향별 분반과 담임제를 운영한다. 서울 강남권 반려견 유치원의 월 이용료는 80만~150만원 수준이다. 일부 프리미엄 시설은 호텔 서비스와 개인 트레이닝을 결합해 비용이 더 많이 들다.
대학 등록금보다도 비싼 수준이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769만2000원이다.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64만원이다.
반려견들의 일과도 체계적이다. 오전 8시부터 등원해 단체 행동 교육과 풍부화 교육을 받고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 점심 이후에는 일대일 맞춤 트레이닝이 진행된다. 오후에는 놀이와 교구 교육, 단체 매너 교육이 이어진다. 하원 전에는 보호자 상담과 그루밍 서비스도 제공된다.
보호자들이 반려견 유치원을 찾는 이유도 단순 돌봄을 넘어선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반려견 유치원 이용 이유로 '사회화 훈련이 필요해서'라는 응답이 71.0%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양한 놀이 활동 제공(63.0%), 집에 함께 있어 줄 보호자가 없어서(56.7%)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보호자가 집을 비우는 동안 맡기는 개념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사회성 교육과 행동 교정을 위해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반려견 유치원이 일종의 교육 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트니스·어질리티까지 세분되는 교육
반려견 교육 시장은 전문 프로그램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수중 트레드밀과 피트니스, 어질리티(Agility), 오비디언스(Obedience)다. 수중 트레드밀은 물속 러닝머신을 활용해 관절 부담을 줄이면서 근력을 키우는 운동이다. 어질리티는 터널과 허들, 시소 등 장애물을 통과하는 반려견 스포츠이며, 오비디언스는 보호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도록 훈련하는 복종 교육이다.
대부분 전문 강사가 일대일로 진행하며 수업료는 회당 5만~10만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은퇴한 중장년층과 골드미스, 30~40대 딩크족을 주요 고객층으로 꼽는다. 특히 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관련 지출을 아끼지 않는 소비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려동물 산업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입양 직후 필요한 용품과 가전제품에서 시작해 유치원과 호텔, 보험, 헬스케어, 재활치료, 장례 서비스까지 하나의 생애주기 산업으로 발전하는 모습이다.
계약 해지·안전사고 주의해야
시장 성장과 함께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반려견 유치원 관련 상담은 95건이다. 이 가운데 계약 해지와 환불 문제 등 계약 관련 불만이 85.3%를 차지했다. 특히 중도 해지 과정에서의 환불 거부 상담 비중이 높았다. 실제로 소비자원이 서울 지역 반려견 유치원 64곳을 조사한 결과 단순 변심에 따른 중도 해지 시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답한 업체는 37.5%에 달했다.
안전 문제도 주요 불만 사항으로 꼽힌다. 반려견 유치원 이용 경험자 가운데 26%는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관리자의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과 약속된 프로그램 미제공이 각각 52.6%로 가장 많았다. 반려견 건강 문제 발생 시 즉시 알리지 않았다는 응답도 39.7%에 달했다.
대형견과 소형견을 함께 관리하는 문제도 지적된다. 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이용자의 22.6%가 대형견과 소형견을 구분하지 않고 관리했다고 답했다. 일부 업체는 순한 성격이라는 이유로 체급 차이가 큰 반려견을 같은 공간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견 유치원이 늘어나면서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해지지만 소비자 보호 장치와 안전 관리 기준은 아직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확산하는 만큼 관련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