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상장 쏠림에 흔들리는 스팩 시장
투기성 거래 늘고 합병 성공도 줄어
"혁신기업 상장 통로 기능 회복 시급"

편집자주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는 한때 비상장기업의 새로운 상장 통로이자 벤처투자 회수시장 보완재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들어 합병 실패와 상장폐지가 급증하며 시장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스팩이 여전히 중소형 성장기업의 상장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아시아경제는 3회에 걸쳐 스팩 시장의 현주소와 VC 회수시장 구조,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 사이의 제도 개편 과제를 짚어본다.
"처음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제도가 나왔을 땐 심사가 직상장 대비 간결했는데, 지금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올해 스팩 발기인 투자(설립 단계에서 최대주주로 참여하는 것)를 검토했다가 철회한 국내 중견 벤처캐피털(VC) 대표의 말이다. 스팩은 비상장사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증시에 먼저 상장하는 페이퍼컴퍼니를 말한다. 통상 3년 안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는다.


그는 "예전엔 스팩이 직상장의 대안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굳이 선택할 이유가 많이 줄었다"며 "증시도 호황인 상황에서 직상장 대비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많다. 스팩 기존 주주들도 일정 수준의 수익을 기대하다 보니, 합병 비율과 기업가치 산정 협상도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전했다.

직상장 쏠림에 흔들리는 스팩 시장

[위기의 스팩]①"3년 버텨도 합병 못한다"…청산 몰리는 스팩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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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비상장기업의 우회 상장 통로이자 벤처투자 회수시장 보완재로 주목받았던 스팩 시장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합병 성공률은 급락하고 상장폐지 사례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단기 급등락을 노린 투기성 거래는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발간한 '우리나라 스팩 시장 투자 백서'에 따르면 2025년 스팩 합병 성공률은 38.5%로 전년(68.0%) 대비 3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반면 합병 실패로 상장폐지된 스팩은 24건으로 전년(8건)의 세 배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장기간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한 스팩도 빠르게 쌓였다. 2025년 말 기준 합병 대상을 탐색 중인 스팩 78개 가운데 상장 후 27개월을 넘긴 스팩이 14개에 달했다.

우려는 올해 들어 현실이 되고 있다. 합병 시한 만기 6개월 전까지 합병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내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데, 한국제13호스팩(5월)과 IBKS제23호스팩(6월)이 잇따라 이 명단에 올랐다. 올해 들어 이달까지 합병에 실패해 상장폐지된 스팩은 1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2개)보다 늘었다. 반면 합병에 성공한 스팩은 4개로 지난해 동기(8개)의 절반에 그쳤다. 합병 시한에 쫓긴 스팩이 청산으로 떠밀리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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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스팩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크게 약해졌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일반 IPO 대비 상대적으로 빠르고 유연한 상장 통로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거래소 심사 수준이 사실상 비슷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흥국증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스팩 합병 상장의 평균 심사 승인 소요 기간은 110일로, 일반 코스닥 IPO 평균(117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 코스닥 신규상장에선 기술성평가 특례상장의 심사승인 소요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특례상장이 없는 스팩 합병 상장의 심사승인이 오히려 까다롭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스팩 신규 상장도 감소세다. 지난해 신규 상장된 스팩은 25개로 2022년(45개)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전체 IPO 시장에서 스팩이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다.


투기성 거래 확대…합병 가능성은 되레 하락

[위기의 스팩]①"3년 버텨도 합병 못한다"…청산 몰리는 스팩 시장 원본보기 아이콘

단기 수급 중심 거래는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감원은 상장 첫날 스팩 주가가 공모가(2000원)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스팩들의 상장일 평균 장중 고가는 4067원으로 공모가 대비 203% 수준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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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합병 이후 성과는 부진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합병에 성공한 스팩 14개는 상장 후 9개월이 지나 주가가 평균 26.6% 떨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은 더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달 상장한 케이피항공산업이 한 달여 만에 기준가 대비 60~70% 급락하는 등 스팩 합병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5곳 모두 상장 기준가를 밑돌고 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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