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책]읽지 않는 사람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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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는 사람들

AI가 글을 읽고 요약하고 판단하는 시대, 인간은 점점 독자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나오미 배런은 그 편리함을 단순한 기술 진보로 보지 않는다. 읽기를 건너뛰는 습관은 정보 처리 시간을 줄여주지만, 동시에 의심하고 공감하고 오래 생각하는 능력까지 조금씩 덜어낸다.


책의 경고는 종이책 예찬에 머물지 않는다. 문제는 매체가 아니라 직접 읽는 경험의 소멸이다. AI가 대신 읽어준 문장을 내 이해로 착각하는 순간, 인간의 지능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외주화된다. 읽기는 낡은 취미가 아니라 판단력을 유지하는 훈련이라는 사실을 다시 묻게 한다. (나오미 배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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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붕괴 Competency Collapse

조직은 망하기 전까지 꽤 오래 멀쩡해 보인다. 회의는 열리고, 보고서는 쌓이고, 숫자는 굴러간다. 남기웅은 그 매끈한 표면 아래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사람의 역량이라고 본다. 고성과자가 입을 닫고, 질문이 줄고, 기준보다 눈치가 빨라지는 순간 조직은 이미 무너지는 중이다. 책은 이를 '역량붕괴'라 부르며, 사람 몇 명의 이탈이 아니라 역량을 알아보고 키우고 이어가는 시스템의 고장으로 짚는다.


네이버·넥슨·하이브·카카오를 거친 HR 리더의 이력은 이 책에 현장감을 준다. 코닥과 노키아, 야후 같은 사례부터 AI 시대의 판단력 공동화까지 다루지만, 핵심은 결국 회의실의 공기다. 유능한 사람이 왜 떠나는지, 숫자가 있는데도 왜 판단은 흐려지는지, 통제가 늘수록 왜 정보는 숨어버리는지 묻는다. 조직의 위기는 대개 성과가 아니라 말의 양과 질문의 질에서 먼저 드러난다는 경고가 남는다. (남기웅 지음 | 바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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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퇴근, 성과 두 배, 덴마크의 경쟁력 제3의 시간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사회가 게으른 사회라는 생각은 오래된 착각일 수 있다. 하리카이 유카는 덴마크의 경쟁력을 노동시간이 아니라 시간 배분의 철학에서 찾는다. 일, 가정, 그리고 오롯이 자신을 위한 '제3의 시간'. 덴마크 사람들은 남는 시간에 쉬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해 일을 효율화한다.

책의 설득력은 북유럽식 삶을 낭만적으로 포장하는 데 있지 않다. 신뢰로 위임하는 조직, 상사를 통제자가 아닌 조력자로 보는 문화, 경력 전환을 떠받치는 사회 시스템까지 함께 본다. 결국 질문은 덴마크가 부럽다는 감상이 아니라, 우리는 왜 오래 일하면서도 자주 소진되는가에 닿는다. (하리카이 유카 지음 | 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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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있는 생각에는 틀이 있다

번뜩이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믿음은 편하다. 내 아이디어가 밋밋한 이유를 재능 부족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토 마키와 아사미 아야카는 그 믿음을 조금 다른 쪽에서 흔든다. 좋은 인사이트는 감각의 축복이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위화감을 붙잡고 상식 뒤에 숨은 본심을 끝까지 캐묻는 훈련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덴츠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센스'를 신비화하지 않고 작업 순서로 풀어낸다. 감성, 상식 파악, 문제 제기, 언어화, 설득으로 이어지는 사고 모델은 기획자와 마케터에게 특히 유용하다. 다만 공식이 곧 창의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쓸모는 아이디어를 대신 내주는 데 있지 않고, 막연한 직감을 남에게 설명 가능한 문장으로 바꾸게 한다는 데 있다. (사토 마키·아사미 아야카 지음 | 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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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룸

진실은 말 속에 있지만, 말 그대로 있지는 않다. 20년 차 프로파일러 최규환은 범죄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자리에서 사건을 다시 읽는다. 성폭력, 살인, 폭행치사처럼 증거가 사라지거나 부족한 사건들 앞에서 남는 것은 결국 누가, 어떻게, 무엇을 말했는가다.


자극적인 수사 비화보다 무거운 것은 그 말을 판단해야 하는 사람의 책임이다. 피해자의 진술은 쉽게 의심받고, 거짓 진술은 누군가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인터뷰 룸'은 범죄 실화의 긴장감을 빌리되, 끝내 질문을 수사관 쪽으로 되돌린다. 우리는 타인의 말을 얼마나 정확히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최규환 지음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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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위스키

애니메이터 에릭 오의 첫 소설집은 장면을 설명하기보다 먼저 보여준다. 등에 생긴 껍질, 개량한복을 입고 위스키를 건네는 천사, 도로변에서 우주처럼 벌어지는 공간. 현실의 바닥은 그대로인데 그 위에 이상한 이미지가 슬쩍 얹히고, 인물들은 무너지기 직전보다 조금 앞선 자리에서 멈춰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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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와 독립 애니메이션을 거친 작가의 이력은 문장에도 남아 있다. 서사는 길게 설명하지 않고, 감정은 이미지의 각도와 움직임으로 떠오른다. 냉소와 낙관, 우울과 농담 사이를 오가는 이 소설집의 매력은 삶의 답을 찾는 데 있지 않다. 이상하게 멈춘 순간에도 아직 감각은 살아 있다는 쪽을 조용히 보여준다. (에릭 오 지음 | 민음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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