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
"ETF, 여전히 효율적 수단이지만
어디 투자하는지 아는 것 중요해져"

스페이스X에 이어 오픈AI, 앤스로픽 등 비상장 시장에서 몸집을 키운 기업들의 상장(IPO)이 줄줄이 예고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주요 지수에 편입되는 순간, 지수를 복제하는 패시브 자금이 기계적으로 몰려 지수가 왜곡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은 18일 "투자자들이 단순히 IPO 뉴스나 표면적인 기업가치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보유 자산의 실질적인 익스포저(리스크 노출 정도)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덱스 ETF의 장점은 종목을 일일이 고르지 않아도 낮은 비용으로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프랭클린템플턴은 'ETF를 사두면 잊어도 된다'는 통념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비상장 사모시장에서 덩치 키우고 IPO 데뷔… 지수엔 '새 숙제'

스페이스X발 ETF 왜곡…"묻어두기식 지수 투자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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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기업의 성장이 주로 상장 시장에서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그 무대가 비상장 사모 시장으로 옮겨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 시점에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지수 구성 방식에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스페이스X와 오픈AI, 앤스로픽 등의 상장이 가시화되자 지수 산출 기관들 사이에서는 대형 IPO 기업을 주요 벤치마크에 얼마나 빠르게 편입할지를 두고 논의가 본격화됐다.


FTSE 러셀과 나스닥은 차세대 대형 상장기업을 자사 벤치마크에 신속히 반영하는 반면, S&P 다우존스 지수는 기존의 신중한 편입 자격과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이처럼 갈리는 접근법을 두고 "지수의 트렌드 반영과 안정성·유동성 확보 사이의 균형을 보여주는 건전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몸값 1조5000억 달러라도 지수 비중은 0.11%

다만 프랭클린템플턴은 "명목 기업가치(헤드라인 밸류에이션)와 실제 지수에 편입되는 비중은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주요 주가지수가 공모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 가능한 주식만 따지는 '유동주식수 조정 시가총액' 방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FTSE 러셀이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실시한 자체 분석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전체 시가총액은 1조50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실제 거래 가능한 유동 시가총액은 약 7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된 스페이스X의 러셀1000(Russell 1000) 지수 내 예상 비중은 0.11%, FTSE GEIS 선진국 지수 내 비중은 0.0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이 초기 비중이 고정된 값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하더라도 지수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으로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창업자나 임직원, 초기 투자자의 즉시 매도를 제한하는 보호예수(lockup)가 해제되면 더 많은 주식이 공모 시장에 유입되면서 지수 내 비중이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와 우주항공,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진다고 해서 지수 전체가 곧바로 성장주 중심으로 재편되는 것도 아니다.


지수 산정 방식이 대중의 인식보다 훨씬 세밀한 기준을 따르기 때문이다. 패스트 엔트리(Fast Entry, 신규 상장 종목 조기 편입 제도) 적용 대상 IPO 기업은 구체적인 재무 데이터가 확보되기 전까지 배정된 하위 섹터의 분류 성향을 그대로 따른다.


실제로 FTSE 러셀의 상장 전 사전 분류에서 스페이스X는 통신 섹터로 묶였는데, 통신 섹터의 평균 구성 비율은 성장주 18%, 가치주 82% 수준이다. '우주·AI 혁신 기업'이라는 대중의 인식과 지수 속 실제 분류가 어긋날 수 있다는 의미다.


"'묻어두기식 지수 투자'는 그만… 내 ETF가 무엇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알아야"

스페이스X발 ETF 왜곡…"묻어두기식 지수 투자는 끝났다" 원본보기 아이콘

디나 팅 프랭클린템플턴 ETF본부 글로벌 인덱스 포트폴리오 총괄은 "사모 시장에서 충분히 성장한 기업들의 상장이 이어지면서 기존의 기업 스타일 분류 체계도 변화의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광범위한 시장을 추종하는 지수형 ETF는 여전히 다각화된 주식 익스포저를 확보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유효한 수단이며, 국가·스타일 ETF는 보다 세분화된 투자를 돕는다"면서도 "새로운 기업이 진입하고 유동주식수가 변하며 특정 섹터로 쏠림이 발생하는 등 지수는 정체돼 있지 않은 만큼, 지수 투자는 '묻어두기식(set and forget)' 투자법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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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 총괄은 이어 "잇따른 대형 IPO를 앞둔 지금은 '자신이 무엇에 투자하고 있는지 명확히 아는 것(know what you own)'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투자자들은 대형 기업들이 앞으로 벤치마크 지수 익스포저를 어떻게 재편해 나갈지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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