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 성패를 가르는 가장 치명적인 변수는 '전력'이다. 전력이 곧 국력이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세계 주요국들은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AI 경쟁의 핵심은 누가 얼마나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후보 부지가 선정됐다는 소식은 반갑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 후보 부지로 각각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으로 결정됐다고 17일 밝혔다. 이로써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조화시키는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믹스 정책이 본격 실행 단계에 들어서게 됐다.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가 촉발한 막대한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원전 확충은 불가피하다. 탈원전 논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원전 유치가 가져올 지역경제 효과를 전향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다행스러운 변화다.
문제는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실어 나를 송전망 확충이 더디다는 점이다. 하남시 동서울변전소 증설 논란이 보여주듯 송전망 건설은 지역 이해관계와 주민 수용성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난제다.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 역시 주민 반발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범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는 마련되었다. 이제는 구체적인 실행력이 관건이며 신규 원전 준공 시점인 2035년과 2037년에 맞춰 일정을 역산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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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선이 끊기거나 연결되지 않은 발전소는 전력을 생산하고도 활용할 수 없는 반쪽짜리 인프라에 불과하다. 정부는 송전망 구축 속도가 곧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명운을 가른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발전 설비 확충과 송전망 구축을 국가적 프로젝트로 묶어 추진하고, 불합리한 규제와 행정 지연을 해소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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