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미세먼지 등 '만성폐쇄성폐질환' 원인 다양
국가검진에 폐기능 검사 도입…56·66세 조기 진단
흔히 흡연자에게만 발병한다고 알려진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환자 3명 중 1명은 담배를 피운 적이 없으며, 결핵 등 감염 병력과 천식, 폐 발달 저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까지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올해부터 국가건강검진에 폐기능 검사가 도입되면서 한국인 특성에 맞춘 새로운 진단과 치료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광하 건국대학교병원 원장(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은 16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COPD는 검사해야만 진단이 된다"며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지만 완치가 안 되고 인지도가 매우 낮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COPD는 유해가스 등으로 폐실질에 염증과 파괴가 생기고 공기 흐름이 지속해서 떨어지는 만성 호흡기질환이다. 호흡곤란, 만성기침, 가래가 대표 증상이지만 초기에는 숨이 차는 증상을 노화나 체력 저하로 여기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유 원장은 "대부분 약간 비탈길 오를 때 숨이 차거나 산에 갔는데 자꾸 숨이 차면서 못 따라와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40세 이상 COPD 유병률은 12.9%로, 환자 수는 약 300만명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20%를 넘어선다. COPD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약 1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진단율은 40세 이상 2.3%, 치료율은 1.2%에 그친다. 실제 환자 1000명 가운데 병을 인지하는 사람이 23명 수준이라는 의미다.
COPD가 제때 발견되지 않는 이유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숨찬 현상을 단순한 노화 때문으로 여기거나 비흡연자는 COPD와 무관하다고 생각해 병원을 찾는 시점이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진국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조사 자료를 보면 국내 환자 중 30%는 평생 담배를 피운 적 없다"며 "출생·성장 문제, 결핵·백일해 같은 감염 병력, 실외 대기오염과 난방·취사 등 실내 대기오염, 직업적 노출, 오래 관리되지 않은 천식 등도 위험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은 과거 결핵 유병 부담이 컸던 데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고령화가 맞물리면서 COPD 관리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단순히 흡연 여부만을 기준으로 환자를 선별하기보다 국내 환자의 발병 원인과 질병 양상을 반영한 진단·치료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한국인 COPD 아형별 진단기준과 맞춤형 치료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 가이드라인은 COPD를 ▲유전성 ▲비정상 폐발달 기인 ▲감염 후 ▲흡연 기인 ▲천식 동반 등 5개 아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영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호흡기·알레르기질환연구과장은 "국내 COPD 환자 중 71%가 발병 원인 2개 이상을 갖고 있다"며 "위험 요인에 따라 질병 양상, 발병 연령, 성별 비율, 치명률이 달라져 아형별 정밀 관리와 치료가 필수"라고 했다.
올해부터는 국가건강검진에 56세와 66세 대상 폐기능 검사가 도입됐다. 검진 단계에서 이상소견이 확인된 사람은 정밀검사를 거쳐 COPD 여부를 판정받게 된다. 김 과장은 "상당수 검진자가 무증상이거나 초기 상태인 잠재 환자로 발견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10만~15만명 정도 이상소견을 보이는 분들이 발견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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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D는 건강검진에서 폐활량 검사로 이상 여부를 확인한 뒤 기관지확장제 투여 후 정밀 폐기능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폐활량 검사에서 1초간 노력성 호기량(FEV1)과 노력성 폐활량(FVC) 비율이 일정 수치보다 낮게 나오면 정밀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문지용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건강검진에서 폐활량 검사를 한번 해보고 거기서 문제가 있으면 병원에 가서 기관지 확장제 투여 후 폐활량 검사를 해서 COPD를 확진받는 것이 COPD 확진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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