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방송광고 시장이 예고한 청구서
시장 급변화에도 정부 10년 동안 손 놓아

중앙그룹은 무리했다. 쪼그라드는 방송광고 시장을 믿고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지식재산(IP) 등 미래 수익원도 내다 팔았다. 결국 유동화 차입금 206억원을 막지 못해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이것으로 끝이라면 한 기업의 실패로 기록될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한국 방송산업 전반의 위기를 드러낸다.


[기자수첩]JTBC 다음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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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적자로 돌아선 시기는 2019년이다. 이후 7년째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광고주 이탈이나 정치적 변수 등을 원인으로 꼽지만 본질은 따로 있다. 2019년은 국내 방송광고 시장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후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방송광고 시장 규모는 2024년 3조2191억원으로 전년보다 5%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조7744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추정된다. 반면 온라인 광고 시장은 2024년 10조1011억원으로 7.9% 성장했고, 지난해에도 10조7204억원으로 확대됐다고 전망된다.


광고비는 TV에서 디지털로 이동했고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민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은 최근 "방송광고비가 10년째 감소하며 산업 기반이 급격히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책임연구위원 역시 광고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해 신규 광고주 유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JTBC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방송사들은 저마다 생존 전략을 찾았다. 트로트 오디션과 관찰 예능, 시니어 예능 등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은 프로그램으로 편성을 채웠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었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광고시장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용 절감만으로는 버틸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시청자와 광고주를 빠르게 흡수했다. 국내 방송사들이 광고 총량 규제와 중간광고 제한, PPL 심의 등 각종 규제를 감당하는 동안 별다른 제약 없이 시장을 넓혀왔다. 정부는 이런 구조적 변화를 오랫동안 방치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방송광고 총량 한도를 확대하고 중간광고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고주가 TV를 외면하는 이유는 광고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프로그램 내 광고 방식의 혁신과 유튜브·OTT를 연계한 새로운 광고 상품 개발 등 근본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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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송사들이 이번 사태를 남의 일로 여긴다면 오판이다. 트로트 오디션과 저비용 예능은 시장 축소를 늦출 수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 방송광고 시장은 계속 줄어들고, 글로벌 플랫폼은 더 많은 시청자와 광고주를 끌어들일 것이다.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중앙그룹이 무너졌는가"가 아니다. "다음은 누구인가. 그리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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