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호의 '편두통 NOW'
어지럼증·치통·환시 뒤에 숨어 있던 통증을 다시 읽는 의학 안내서
아픈 사람이 가장 늦게 배우는 감각은 고통이 아니라 정상이다. 너무 오래 아프면, 덜 아픈 날을 건강이라고 착각한다. 곽태호 신경과 전문의의 '편두통 NOW, 편견을 깨다'는 그 착각을 건드리는 책이다. 편두통은 한쪽 머리가 지끈거리는 병이라는 오래된 설명을 밀어내고, 이 병이 얼마나 자주 다른 얼굴로 숨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편두통은 머리로만 오지 않는다. 어지럼증으로 오고, 치통으로 오고, 속 울렁임으로 오고, 때로는 빛과 소리, 환시와 감각 이상으로 온다. 그래서 환자는 자주 엉뚱한 문 앞을 두드린다. 이비인후과, 치과, 소화기내과, 정신건강의학과. 검사 결과가 괜찮다는 말은 축복 같지만, 오래 아픈 사람에게는 또 다른 막다른 골목일 때가 많다.
저자는 임상 25년 동안 10만 명 넘는 두통 환자를 진료해 온 분당 리체내과·신경과 대표원장이다. 책은 진료실에서 만난 여섯 명의 실제 사례로 문을 연다. 10년 동안 어지럼증으로 일어나지 못한 사람, 임플란트 다섯 개를 한 뒤에야 편두통 진단에 닿은 사람, 평생 환시를 종교적 경험으로 받아들였던 70대 수녀, 학교에 가지 못하던 중학생. 모두의 병명은 편두통이었지만, 그 이름을 얻기까지는 평균 5년 이상이 걸렸다.
이 책의 좋은 점은 겁을 주지 않는 데 있다. 대신 환자에게 말을 준다. 언제 아팠는지, 빛이 싫었는지, 메스꺼웠는지, 잠은 어땠는지, 약은 얼마나 들었는지. 수면 패턴을 한 줄로 적는 일기, 진료실에서 의사에게 물어볼 문장,CGRP 항체와 경구 CGRP 차단제, 라스미디탄, 보톡스, 신경자극기 같은 새 치료 도구까지. 의학 지식은 뽐내는 순간 멀어지지만, 행동으로 바뀌는 순간 환자 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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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에게 가장 무례한 말은 "그 정도는 다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은 그 말을 조용히 반박한다. 통증은 과장이 아니라 신호이고, 반복되는 증상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진단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한다. 편두통을 참고 견딜 통증에서, 설명하고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는 병으로 옮겨 놓는다. 오래 아팠던 사람에게는 안내서가 되고, 곁에서 지켜보다 지친 가족에게는 뒤늦은 통역서가 될 책이다.
편두통 NOW, 편견을 깨다|곽태호 지음|부크크|2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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