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기자협회, 17일 '포럼W' 개최
"사내 신고가이드·법률지원 체계 마련돼야"
"기자 향한 온라인 폭력, 공론장 위축 우려"
"업무에 충실했을 뿐인데 일면식도 없는 사람으로부터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게 기자들이 처한 현실입니다. 직업 특성상 얼굴과 이름을 내놓고 일하다 보니 일부 남성들이 신상이 공개된 여성을 공공재로 여기며 성적으로 소비하는 거죠."
곽아람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왼쪽에서 두번째)가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포럼W: 위협 받는 기자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서 자신이 6년간 겪은 스토킹 피해 경험과 소송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여성기자협회 제공
곽아람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는 한국여성기자협회가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포럼W: 위협받는 기자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발제자로 나서 자신이 6년간 겪은 스토킹 피해와 형사 소송·재판 과정을 공유했다.
이번 포럼은 스토킹, 디지털 성폭력, 온라인 괴롭힘 등 기자들이 현장에서 마주한 위협을 점검하고 뉴스룸과 정부 차원의 보호 체계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곽 기자는 수년간 한 50대 남성으로부터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신을 성적 대상화 하고 허위 사실을 퍼트리는 방식으로 스토킹과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그는 "가해자는 심지어 수감 중에도 편지에 음란물을 그려 넣어 보내고, 직장 동료들에게 나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가해자를 상대로 6번의 형사 고소와 1번의 민사 소송, 총 7번의 법적 대응을 이어왔다고 했다.
특히 곽 기자는 형사 소송·재판 과정에서 겪은 불합리하고 부당한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피해자는 형사 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시스템에서 배제되고 소외된다"며 "형사 재판의 당사자는 피고인과 검사이고, 법원은 피고인의 방어권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을 겪는 내내 국가로부터 가해를 당하고 있으며 국가와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피해자가 가해자가 아닌 국가와 싸워야 된다는 현실이 굉장히 부조리하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또한 곽 기자는 여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는 범죄 피해 대응을 위해 사내 신고 가이드라인과 법률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이 취재하면서 입은 피해를 개인의 일이 아니라 회사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사라지는 목소리들, 지켜야 할 뉴스룸'을 주제로 발표했다. 허 연구관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 여성 기자를 향한 온라인 폭력이 공론장을 위축시키는 구조적 위험에 대해 논했다.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기자와 미디어 종사자의 73%가 취재나 보도 활동 중 온라인 폭력을 경험했고, 이 중 상당수는 오프라인 괴롭힘과 위협으로 이어졌다고 응답했다.
허 연구관은 "여성기자 자신이 온라인에서 조롱당하고 위협받는 경험이 누적되면 더 위험한 이슈를 깊게 파고들기 어려워지고, 자기검열이 강화되며 취재 대상과의 접촉도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호주와 영국 등 해외 주요 언론사의 대응 체계를 들며 기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그는 "언론사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테크 플랫폼, 공공기관과의 직통 채널 확보 등이 필요하다"며 "공동 보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문선 한국여성기자협회 회장은 "피해를 당한 기자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제대로 구제받은 사례는 많지 않다"며 "이번 포럼이 보다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돈 쓰러 한국 왔어요" 중국인 몰려와 2조 긁었다...
포럼W는 한국여성기자협회가 언론계 주요 현안과 뉴스룸 문화 개선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이번 포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 지원을 받아 열렸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