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재배·비비지 않고 건조
기후변화·고령화에 가격↑
일본 여행에서 꼭 먹어야 하는 음료가 있다면 아마 말차일 것 같습니다. 휘저어 거품을 내면서 만드는 방식도 신기하니 볼거리가 되어 주고요. 여기에 케이크, 라떼, 아이스크림 등 말차를 활용한 디저트도 참 다양한데요. 지난해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즐겨 마시는 음료로 소개되면서 젊은 층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말차가 무엇이냐', '말차와 녹차의 차이는?'하고 물으면 딱히 명쾌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번 주는 MZ세대 붐을 불러일으킨 일본의 말차 문화에 대해 들려드릴게요.
'가루 녹차' 아냐…만드는 방식부터 다른 말차
먼저 일본어로 '맛챠(まっちゃ)'로 불리는 말차(抹茶)의 뜻부터 알아봅시다. 말차의 첫 글자 '말(抹)'은 한자로 지우다, 문지른다는 뜻이 있어요. 찻잎을 아주 곱게 갈아낸 상태를 의미하는 거죠.
이는 말차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어요. 일본에서는 800년 전 승려 에이사이가 중국 송나라에서 차 씨앗을 들여온 것을 차 문화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송나라에서는 찻잎을 곱게 갈아 뜨거운 물에 풀어 마시는 방식이 퍼져있었다고 해요. 지금의 말차 마시는 법과 비슷하죠? 이 에이사이가 들여온 차 씨앗은 현재 차 재배의 성지라고 불리는 교토 우지를 비롯해 일본 각 지방으로 퍼져나갔고, 독자적인 말차 문화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렇게 갈아낸 차라는 뜻이기에 말차를 가루 녹차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지요. 하지만 이는 틀린 설명입니다. 말차는 기르고 가공하는 과정이 녹차와 꽤 다르거든요. 일본 차 업계에서는 말차를 '햇빛을 차단해 재배한 찻잎을 비비지 않고 말린 뒤, 맷돌로 갈아 만든 분말'로 정의하고 있어요. 먼저 말차의 원료는 '텐차(?茶)'라고 부르는데요. 찻잎을 따기 3~4주 전부터 차밭 위를 덮어 햇빛을 차단해 기릅니다. 이렇게 햇빛을 차단하면 쓴맛이나 떫은맛은 사라지고, 감칠맛이 살아나게 됩니다.
이후 순을 수확해 증기로 쪄서 산화를 막습니다. 같은 찻잎이라도 증기로 찌지 않으면 공기 중에 찻잎이 산화하게 되는데요, 찌지 않고 산화를 시키면 홍차나 우롱차가 됩니다. 일반 녹차는 찻잎을 찐 뒤에 비비는 과정을 통해, 나중에 물에 잘 우러나도록 하는데요. 말차는 찻잎 자체를 갈아 만들기에 이 과정을 생략합니다. 비비지 않고 마치 파래김을 만들듯이 발에 펴서 그대로 건조하게 돼요.
이후 체와 바람에 거르면서 줄기, 잎맥, 오래된 잎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잎만 남깁니다. 이 과정에서 원물보다 무게가 20~30% 줄어들게 돼요. 이것을 숙성 과정을 거친 뒤 곱게 갈아내는 거죠.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가공 과정에서 줄기나 이파리를 제거하다 보니 원물 대비 결과물이 크지 않죠. 이로 인해 일본에서도 말차 가격은 천차만별인데요. 빛을 가리고 재배한 기간이 길수록, 첫물차(그해 봄에 가장 처음 딴 잎으로 만든 차)일수록, 사람이 직접 좋은 찻잎을 골라가며 손으로 딸수록, 갈아낼 때 기계가 아니라 맷돌 등 수작업으로 갈아낼수록 비싸집니다.
마트에서 파는 말차는 30g에 500~1500엔(4700~1만4000원) 정도인데요. 교토 후쿠주엔 등 최고급 말차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말차는 100g당 3만엔(28만원)은 기본입니다. 30g으로 환산하면 6500~9000엔(6만1300~8만4900원) 정도 되겠네요. 매년 일본의 전국차품평회에서는 말차의 원료가 되는 텐차 경매가 열리는데요. 지난해 텐차 1kg에 121만1889엔(1143만원)짜리가 낙찰되기도 했어요. 말차로 가공하면 훨씬 더 적은 양이 될 텐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수요가 있는 거죠.
귀한 말차는 마시는 방식도 녹차와 다릅니다. 찻잎을 우려낸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가루를 물에 풀어 마시는 개념인데요. 우리가 아는 일반 녹차, 홍차처럼 찻잎에 물을 붓고 우려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이 때문에 독특한 도구들이 등장합니다. 사기그릇 같은데 대나무 발처럼 생긴 것으로 마구 휘젓는 모습 본 적 있으시죠. 대나무 도구를 '차선(茶?)'이라고 부르는데요. 말차는 가늘고 고운 분말 형태라 물에 풀리기보다 뭉치기 쉬워요. 이때 차선을 통해 빠르게 휘저어야 가루가 잘 퍼집니다. 차선도 말차의 특성에 따라 맞는 대나무 발의 숫자가 다르다는데요. 대나무 발이 많을수록 고운 거품을 만들기 쉽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고 해요. 대신 발이 적은 것은 진한 차를 저을 때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상기후·고령화도 말차에 영향 미쳐
이렇게 만드는 데도, 마시는 데도 정성을 들여야 하는 말차가 요즘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고 해요. 사실 이제 말차 시장은 아예 완전한 가격 상승 국면에 들어갔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자주 보도되고 있는데요. 단순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MZ세대 '말차 붐' 때문은 아니고요. 이상기후와 고령화 문제가 말차 재배에도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일본 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교토 지역에서는 폭염의 영향으로 말차의 원료, 텐차 생산량이 40% 이상 줄어들었다고 해요. 찻잎을 차광 재배를 하는 만큼 온도와 햇빛이 말차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요.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면서 수확량과 품질이 모두 영향을 받았다는 겁니다.
여기에 고령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요. 일본 차 농가의 상당수는 고령 생산자들이 이어가고 있거든요. 찻잎을 따고 찌고 말리고 분쇄하는 과정이 보통 일이 아니다 보니, 후계자가 될 젊은 사람들 찾기도 쉽지 않다고 해요. 하지만 말차가 요즘 해외에서도 유행하다 보니 공급은 줄어드는데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인거죠. 실제로 교토 텐차 경매 평균 가격은 2024년 1kg당 2만24엔(18만8900원)에서 2025년 4만3330엔(40만8800원)으로 1년 만에 116%가 뛰기도 했어요. 업계에서는 수급 불균형이 계속 이어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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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유행처럼 보였던 말차도 사실 이면에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하게 됐는데요. 일본이라는 나라가 오랫동안 지켜온 말차 문화도 기후변화, 고령화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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