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연구진 35년간 대학생 8만여명 분석
경제 불안·소득 격차와 연관성
연구진 "SNS보다 경쟁 환경 영향"
취업 준비생들은 자격증을 따고, 직장인들은 퇴근 후 운동이나 공부에 매달립니다. 몇 년 전부터 자기 계발에 힘쓰는 이른바 '갓생' 열풍이 이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미라클모닝',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옵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청년층의 완벽주의 성향은 지난 35년간 꾸준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런던정경대(LSE) 연구진은 미국·영국·캐나다 대학생 8만293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307개 연구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에 포함된 자료는 1989년부터 2024년까지 35년에 걸쳐 수집됐습니다. 모든 연구를 종합했을 때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약 20세였습니다.
연구진은 완벽주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눴습니다. 하나는 스스로 높은 기준을 세우고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이는 '완벽주의적 추구'입니다. 다른 하나는 실수를 두려워하고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해지는 '완벽주의적 우려'입니다.
연구 결과, 두 유형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증가 속도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성향은 완만하게 상승한 반면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성향은 2000년대 이후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실수에 대한 두려움'은 측정된 모든 항목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작은 실수도 인생 전체의 실패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과거 세대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완벽주의, 스마트폰·SNS 영향 아냐
흔히 청년들의 불안과 우울 증가 원인으로 스마트폰이나 SNS가 지목됩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완벽주의 증가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시점은 200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청소년 생활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훨씬 전입니다.
연구진은 대신 경제 환경에 주목했습니다. 경제 성장 둔화와 소득 불평등 확대가 완벽주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가 둔화할수록 자신을 더 몰아붙이는 성향이 강해졌습니다. 소득 격차가 커질수록 실수와 사회적 평가를 두려워하는 성향도 더욱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연구진은 경제적 기회가 줄어든다고 느낄수록 젊은 세대가 "남들보다 더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작은 실수조차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진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완벽주의 자체보다 '두려움'
완벽주의는 흔히 성실함이나 자기관리 능력으로 포장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완벽주의가 단순한 노력과는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완벽주의는 목표를 높게 세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가치를 성과와 동일시하는 경향을 포함합니다. 이 때문에 불안과 우울, 자기 비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완벽주의와 정신건강 문제의 연관성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완벽주의가 증가하면 그만큼 심리적 고통도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연구진은 청년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 상담이나 SNS 사용 제한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젊은 세대가 성장하는 경제·사회 환경 자체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청년들이 실수를 더욱 두려워하게 된 데에는 한정된 기회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모든 성공이 완벽함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만의 강점을 발견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Golden)'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가수 이재 역시 오랜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그는 11세 때부터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10년 가까이 아이돌 데뷔를 준비했지만, 당시 업계가 선호하던 보컬 스타일과 자신의 낮고 허스키한 음색이 맞지 않아 데뷔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모든 벽을 허물고 세계 무대에 섰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K팝 가수에 이름을 올렸고,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에서는 주제곡을 맡아 세계인들과 만났습니다.
그가 부른 공식 주제가 'DNA'에는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또 넘어져도, 난 또다시 일어나. This is more than just a game, it's our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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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의 메시지처럼 중요한 것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뒤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인 것 같습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기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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