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선거 신뢰 회복해야"…학계 "선관위 개혁, 역량·책임성 강화 핵심"
국민참정권 수호·제도개혁 토론회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국회에서 '국민참정권 수호와 제도개혁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논란과 선거관리 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국민의 소중한 한 표가 온전히 보장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며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선거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국민참정권 수호를 위한 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선관위 운영 논란을 계기로 선거관리제도의 개혁 방향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발제에 나선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선관위를 둘러싼 논쟁이 부정선거 여부를 둘러싼 정치 공방에 치우치면서 정작 선관위 조직 역량과 제도적 개선이라는 본질적 문제가 가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최근 선관위 논쟁은 점점 '부정선거가 있었는가'라는 정치 논쟁에 집중된 나머지 정작 선관위가 어떤 조직이어야 하고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가라는 근본 문제가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임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조직 역량을 높이는 점은 필요하지만 독립성은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면서 "개혁 논의를 할 때 항상 헌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비교헌법적 관점에서 선거관리제도를 ▲행정부처형 ▲독립형 ▲혼합형 세 가지로 구분했다. 이에 대해 "행정부처형은 행정 효율성과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집권세력의 선거 개입 위험이 크다"며 "독립형은 정치적 중립성과 선거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지만, 책임성 확보가 어렵고 조직이 폐쇄적으로 운영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헌법은 3·15 부정선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위에서 독립형 선거관리제도를 채택했다"며 "선관위에 헌법적 지위를 부여한 것도 정치권력이 선거관리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역사적 선택"이라고 했다.
최근 제기되는 투·개표 업무의 행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 이관 주장에 대해서는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선관위를 단순 감독기구로 만들고 실제 선거 집행을 행정부에 맡기는 방식은 우리 헌법이 규정한 독립선관위 체제와 충돌할 소지가 크다"며 "독립선관위 체제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이 현실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선관위 개혁 논의가 독립성과 책임성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있다고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독립성과 책임성은 선관위의 존재 목적이 아니라 공정한 선거관리를 위한 수단"이라며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두 가치를 동시에 확보하면서 선관위가 본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선 "직접적인 원인을 독립성이나 책임성 부족에서 찾기 어렵다"며 "실제로 드러난 것은 선거관리 역량과 위기 대응 체계의 결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관위가 잉여 투표용지 논란과 부정선거 시비를 차단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할 위험을 상대적으로 후순위에 둔 측면이 있다"며 "선거관리에서 위험의 우선순위는 헌법적 가치의 중요도에 따라 설정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표용지 관리의 엄정성도 중요하지만 유권자의 투표권 보장이 더 본질적인 헌법적 가치"라며 "이번 사태는 선거관리기관에 필요한 것이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실제 선거를 집행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개헌보다는 법률 개정과 조직 혁신을 중심으로 한 개혁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독립적 선거관리평가위원회 설치, 정보공개 및 설명 의무 확대, 선거 종료 후 선거관리백서 제출 의무화, 국회 정기보고 및 공개 청문 절차 제도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독립기관일수록 국민에 대한 설명 책임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며 "선거 과정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경위를 설명하고 개선 대책을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투표용지 부족과 같은 중대 선거사고는 항공사고나 산업재해처럼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처벌 중심이 아니라 학습과 예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관위 조직 혁신 방안과 관련해서는 "이번 사태를 위원장의 비상임 체제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미 상임위원과 사무총장, 상설 사무조직이 존재하는 만큼 위원장 상임화보다 조직 특성에 맞는 위기관리 체계와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총장과 상임위원 역시 내부 승진 중심이 아니라 조직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외부 인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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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는 "권위주의 시대에는 선거관리의 독립성 확보가 핵심 과제였다면 이제는 독립성과 책임성, 투명성을 동시에 보장하면서 실질적 역량까지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선관위 개혁의 본질은 헌법이 부여한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정당성과 실무 역량을 함께 갖추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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