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티넘, 98큐비트 트랩이온 프로세서 공개
"정확도 유지하며 규모 확장" 양자 경쟁 새 국면

양자컴퓨터 업계가 또 한 번 중요한 이정표를 넘어섰다. 그동안 높은 정확도를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규모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트랩이온 방식이 처음으로 100큐비트에 근접한 시스템을 선보이며 구글과 IBM이 주도해 온 초전도 양자컴퓨터 진영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8일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 퀀티넘(Quantinuum)이 개발한 98큐비트 트랩이온 양자 프로세서 '헬리오스(Helios)' 에 대한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5' 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스에서 관람객이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지난해 6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퀀텀 코리아 2025' 내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부스에서 관람객이 초전도 기반 50큐비트 양자컴퓨터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AD
원본보기 아이콘

헬리오스는 전하를 띤 바륨 이온(Ba+)을 전자기장 안에 가둬 큐비트로 활용하는 트랩이온 방식의 양자컴퓨터다. 연구진은 회전 가능한 이온 저장 링과 양자 전하결합소자(QCCD) 구조를 적용해 모든 큐비트가 서로 직접 연결되는 '올투올(All-to-All)' 연결성을 구현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규모를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은 크게 큐비트 수 확대와 오류 감소라는 두 축으로 진행된다. 초전도 방식은 큐비트 수를 빠르게 늘리는 데 강점을 보여왔지만 오류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트랩이온 방식은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는 대신 대규모 확장이 쉽지 않았다.

김기환 기초과학연구원(IBS) 트랩이온 양자과학 연구단장은 "트랩이온 진영은 정확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규모를 늘리는 방향을 추구해 왔다"며 "이번 연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 머물렀던 트랩이온 방식이 100개에 가까운 큐비트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양자우위" 논란 넘어설까


연구진은 헬리오스를 이용한 벤치마크 실험에서 2큐비트 게이트 평균 정확도(fidelity) 99.92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무작위 회로 샘플링(Random Circuit Sampling·RCS) 실험을 통해 양자우위(Quantum Advantage)를 보다 설득력 있게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양자우위는 특정 문제에서 양자컴퓨터가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후지쯔 양자컴퓨터. 아시아경제DB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후지쯔 양자컴퓨터. 아시아경제DB

원본보기 아이콘

구글은 2019년 초전도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세계 최초 양자우위를 선언했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고전 컴퓨터의 우회 계산 가능성을 제기하며 논란이 이어졌다.


김 단장은 "구글의 초기 실험은 성공 확률이 약 0.1% 수준이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약 5% 수준의 성공 확률을 달성했다"며 "양자 시스템이 특정 문제에서 고전 컴퓨터를 넘어설 수 있음을 훨씬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정훈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100큐비트 규모는 사실상 초전도 방식의 영역으로 여겨졌는데 이번 연구는 이온 기반 시스템도 같은 규모의 양자회로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확하지만 느리다"…상용화는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트랩이온 방식은 큐비트를 이동시키고 냉각하는 과정이 필요해 연산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초전도 방식이 마이크로초(μs) 단위로 연산하는 반면, 트랩이온은 밀리초(ms) 단위 시간이 소요된다.


권석준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트랩이온 방식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대규모 오류정정과 상용화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연산 속도와 모듈 간 광 연결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양자컴퓨터 모형. 연합뉴스 제공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양자컴퓨터 모형. 연합뉴스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

다만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처럼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경쟁에 정면으로 뛰어들기보다 반도체 제조와 제어칩, 광집적 기술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AD

권 교수는 "트랩이온 칩은 반도체 공정 기반으로 제작된다"며 "한국은 반도체 제조와 제어 전자기술, 양자-인공지능(AI) 하이브리드 인프라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