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한반도 당사자 南·北 상수, 주변국 변수…변수가 상수 압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남과 북이라는 상수, 주변국은 변수일 뿐"이라며 "지금은 변수가 상수를 압도하고 있다. 이것은 비극"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통일부 남북회담본부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전략 자문단 4차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20년 전인 2005년 6월17일 평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가졌던 5시간 동안의 면담을 회고하며 "당시 김 위원장과의 대화 결론은 '당사자는 우리다, 주변국은 주변국이지 우리 운명은 우리가 정하니 통 크게 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제2의 6·15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됐고, 3달 뒤 9·19 베이징 공동성명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며 "현대 한국외교사에서 최초로 우리의 운명에 관한 국제문서를 남과 북이 주도해서 만든 것이 2005년 9·19 베이징 공동성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 전쟁 등 국제정세 변화가 한반도 정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남북이 주도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남북 간 특수관계 중심의 틀을 넘어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고 북한의 흡수통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평화 공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그동안 남북 관계를 유지·관리해 왔던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라는 전제는 이제 끝난 일"이라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이제는 북한을 중국·러시아와 같은 정상국가로 인정하고 국호로 불러줘야 한다"며 "우리도 약칭으로는 '조선' 정식 명칭으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불러줘야만 다른 바늘구멍이라도 뚫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권만학 경기대 명예교수는 "남한은 아직도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는 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북한을 독립적인 국가로 인정하는 법 제도가 정비돼야 평화적 병존의 기초를 확립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 중 나온 한·유럽연합(EU) 공동성명 내용이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한-EU 공동성명에는 북·러 군사협력 규탄과 함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북한은 외무성 10국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우리 국가에 대한 명백한 주권침해, 엄중한 적대행위"라며 반발한 바 있다.
정 전 장관은 "대북 정책·메시지는 일관성과 지속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북한 당국자들이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대통령과 참모의 말이 다른) 상하 불일치, 언행 불일치(가 있다)"고 했다.
이혜정 중앙대 교수는 "EU가 행동했던 행동의 문법들을 그대로 수용하고 적응하는 데 그쳤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이재명 정부) 2년 차 외교정책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 교수도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과 근본적으로 충돌하고 이 대통령 취임 1주년 회견에서 말한 바와도 굉장히 대비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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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자문회의에는 정 전 통일부 장관, 김연철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 등 15명의 남북관계 분야 원로와 학계·언론계 전문가 등이 참석했으며 한반도 정세 전망과 평화공존 정책 추진 방향 등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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