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홍련'은 굉장히 익숙한 이름이다. 고전소설 '장화홍련전'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옛날 어느 마을에 배 좌수(座首)의 딸 장화와 홍련이 살았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표독한 새어머니를 맞이했지만 두 자매는 꿋꿋하게 살았다. 그러나 새어머니는 두 자매를 너무나 미워해 죽이려고 음모를 꾸몄다. 장화에게 행실이 나쁘다는 누명을 씌우기 위해 낙태한 증거를 조작한 것이다. 누명을 쓴 장화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결국 쫓겨났고 새어머니와 그 아들이 장화를 연못에 빠뜨려 죽였다. 이를 알게 된 동생 홍련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은 장화와 홍련은 원혼이 되었다. 자신들을 죽인 새어머니나 이복동생에게 해코지하는 대신 고을 사또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사또들은 갑자기 원혼을 만나자 놀라 죽고 말았다. 고을에는 '귀신이 나온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이때 한 용감한 사또가 자원해 부임했다. 그는 두려움을 참고 원혼에게 "감히 세상을 어지럽히느냐"라며 호통을 친다. 마침내 두 자매는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었고,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 새어머니와 이복동생은 엄한 벌을 받게 된다.
이 이야기의 인물들은 실제 인물이었다. 1556년 평안도 철산에 좌수 배무룡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전처에게서 두 딸 장화와 홍련을 얻었는데 전처가 남긴 재산이 무척 많았다. 욕심을 낸 후처는 장화에게 품행이 나쁘다는 누명을 씌웠고, 배 좌수는 집안망신이라며 아들을 시켜 장화를 죽인 뒤 자살한 것으로 꾸몄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홍련 역시 자살했다.
당시 철산 부사 전동흘은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신중하고 치밀하게 장화의 시신을 검험(檢驗)해 타살의 증거를 밝혀냈다. 사건에 연루된 배 좌수, 후처, 이복동생 모두 벌을 받았다. 억울한 죽음을 밝혀내고 죄인을 처벌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큰 화제가 돼 전국으로 퍼져나가 민담이 되고 소설이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장화홍련전'이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사건의 내막을 밝힌 영웅은 전동흘이었지만, 소설 속 주인공은 장화와 홍련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이본에서는 사또의 수사가 벽에 막히자 원혼들이 결정적인 힌트를 주기도 한다. 사실상 자기 사건을 스스로 해결한 셈이다. 실제 인물인 장화 역시 쫓겨나는 와중에 많은 재물을 챙겨갔다는 기록을 보면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는 수동적 인물이 아니라 자기 권리를 꼼꼼하게 챙기는 당찬 성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실의 장화와 홍련은 비극적으로 죽었지만 이야기가 돼 영원히 살아남았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묵묵히 있기보다는 신고하고 정의를 밝히겠다는 의지를 투영했을 것이다. 장화홍련 때문에 놀라 죽은 많은 사또를 생각하면 '악성 민원인'이 아니었을까 하는 농담을 떠올리게 되지만, 결과적으로는 억울함이 풀리고 정의가 구현되지 않았던가. 전동흘은 철산 외에도 전국에서 선정을 베풀었고 마침내 삼도수군통제사에까지 올랐다. 주인공이 '장화와 홍련'이 된 것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처지와 가장 닮은 어리고 약한 여성에게 주인공을 투영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이 이야기는 수많은 살아있는 장화와 홍련들에게 위안과 힘을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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