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달아오른 증시에서 소외받는 분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투자업계 거물들의 자금 유입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파이프라인이나 독창적인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17일 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은 최근 계열 펀드를 통해 유한양행 지분을 기존 4.36%에서 5.07%로 확대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추가 매수 규모는 약 478억원이며 투자 목적은 단순 투자다. 시장에서는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 수입 확대와 알레르기 치료제(YH35324)·HER2 이중항체 항암제(YH32367)·HER2 표적항암제(YH42946) 등 후속 파이프라인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분석한다.

개미들 반도체로 몰려간 사이…소외된 종목에 478억 베팅한 투자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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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은 다른 국내 바이오 기업인 HLB에 대한 투자도 늘렸다. 올해 3월 HLB 지분 5.01%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오른 데 이어 최근 보유 지분을 6.05%까지 확대한 상태다. HLB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결정을 앞두고 있어 후기 허가 모멘텀이 반영된 사례로 풀이된다.


해외 기관들은 전환사채(CB)와 유상증자 등 직접 투자 방식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 기반의 와이스 자산운용은 디앤디파마텍이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CB에 투자해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 등의 임상 개발을 지원하고 있으며, 항체-분해약물 접합체(DAC) 개발사 오름테라퓨틱의 전환우선주(CPS) 투자에도 300억원을 투입했다.

글로벌 자금의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기술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릭스 역시 로레알그룹의 벤처펀드 볼드(BOLD)와 와이스 에셋 매니지먼트 등이 참여한 1100억원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유치하며 RNAi 플랫폼 기술의 경쟁력을 확인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에이비엘바이오와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500만달러(약 226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미국 고든엠디 글로벌 인베스트먼트가 국내 VC와 공동 투자 플랫폼을 결성해 비상장 바이오텍인 큐로젠에 첫 투자를 집행하는 등 해외 자금 유입 통로는 다양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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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해외 기관의 투자가 바이오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고 일부 기업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의 토양과 기초체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코스닥 제약 지수는 올해 3월27일 이후 36.7%가량 하락한 상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금 유입이 단기 시세 차익보다는 중장기 관점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술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결과"라며 "초기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면 다른 국내 기업으로도 관심이 확대되는 선순환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해외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인 기술 성과와 기업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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