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제주 넘어 동해안까지 확산
농업·어업·도시 인프라 재설계 필요
기후변화 영향으로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후 적응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남해안과 제주에 국한됐던 아열대 기후 특성이 동해안과 내륙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과 어업, 도시 인프라를 기후 변화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16일 발표한 '한반도 아열대 기후 특성 현황 및 전망' 분석 결과를 통해 최근 10년 동안 강릉과 울진 등 동해안 지역까지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1990년대 제주와 남해안 중심이던 아열대 기후 특성이 전남 내륙과 동해안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상청은 21세기 전반기(2021~2040년)에는 전남·경남 지역과 해안 지역, 일부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열대 기후 특성이 확대되고,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는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 강원 영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변 아닌 장기 추세...관건은 적응
이번 분석은 돌발적인 이상 현상이라기보다 수십 년 동안 누적된 온난화가 가시화된 결과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부경대 명예교수)는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며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로 전환되지 않도록 지역별 상세 기후자료를 기반으로 한 사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훈 고려대 오정 리질리언스 연구원 연구교수는 "과거 IPCC에서 사용했던 최악의 배출 시나리오는 현재 에너지 전환과 정책 흐름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도 있다"며 "과도한 공포를 유발하기보다 현실적인 기후 전망을 토대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자호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도 "극단적인 미래 시나리오는 시민들에게 무력감을 줄 수 있다"며 "가장 가능성이 높은 중간 수준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대비하되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농업·어업·건강까지 바뀐다
아열대화의 영향은 단순히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과 생태계, 국민 건강 전반에 연쇄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분야가 농업과 수산업이다. 재배 가능 작물이 달라지고 어종 분포가 북상하면서 생산 체계 전반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 대표는 올해 동해안 참다랑어 풍어에도 불구하고 어획 쿼터와 유통망이 뒷받침되지 못해 상당량이 폐기된 사례를 언급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경제적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 분야에서도 새로운 문제가 등장할 수 있다.
구 교수는 "기온 상승으로 식물의 생육 기간이 길어지면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배출이 늘어나고 광화학 반응을 통해 오존 생성이 증가할 수 있다"며 "한국은 미세먼지뿐 아니라 오존 고농도 현상에도 본격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계 변화 역시 불가피하다. 아열대성 식물과 곤충, 병해충의 북상이 가속화되고 기존 온대 생태계도 점진적인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시스템도 다시 설계해야
기후 적응의 범위를 사회 전반으로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절 구분 방식부터 도시 인프라, 방재 체계까지 기존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앞으로는 봄·여름·가을·겨울을 각각 3개월로 나누는 전통적 계절 구분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아열대 기후 특성에 맞는 새로운 계절 체계와 기후 분석 기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 등 극한기상 현상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도시 배수체계와 전력망, 농업용수, 해안 방재시설 등 기후 적응 인프라 투자 확대도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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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이미 충분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현실적인 적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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