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전력망 다시 깐다"…종전 기대감에 중동 '재건시장' 부상
종전 이후 전력망, 토목 시설 복구
전력기기·건설기계 등 수주 가능성
'중동 시공 경험' 가진 K업체 기대감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의 시선이 전후 재건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전쟁으로 훼손된 전력망과 에너지 설비, 항만·도로 등 기반시설 복구가 본격화될 경우 전력기기·전선·건설기계·에너지 등 유관 업계에 새로운 수주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전력·건설·에너지·철강 등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관련 업계는 종전 이후 기존 중동 프로젝트의 정상화 가능성과 함께 본격적인 재건 수요 발생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재건 수요가 예상되는 분야는 ▲전력 인프라(발전소·송배전망·변압기 복구) ▲토목 인프라(도로·교량·항만 배후시설 복구) ▲건설장비(굴착·운반·콘크리트 타설 장비 수요) ▲에너지 플랜트(정유·가스처리·저장탱크·송유관 정비) ▲수처리(상하수도·하수처리 시설) 등이다.
가장 먼저 수혜가 거론되는 분야는 전력 인프라다. 전후 재건사업은 단순히 파손된 설비를 복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송배전망 고도화, 변전 설비 확충, 국가 간 전력망 연계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발전소와 변전소 복구, 초고압 송전망 구축, 배전망 정비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변압기·차단기·배전반 등 전력기기 업체의 수주 기회가 커질 수 있다. 특히 업계는 전쟁으로 훼손된 석유 저장고, AI(인공지능) 클라우드 인프라 등에 대한 재건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한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오라클 데이터센터 등 공습 가능성이 제기됐던 시설에 대한 재건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정유시설과 데이터센터 시설은 재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전력업체에 직접적인 수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도 "그동안 중동 전쟁으로 인해서 프로젝트 현장 수행에 차질이 발생하는 리스크가 있었는데, 이번 종전으로 그런 리스크가 많이 해소된 점은 긍정적"이라며 "사우디 네옴시티 관련 인프라 확충 등 기존 프로젝트들은 이제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으로 이란의 전후 복구 사업이 본격화되거나 미국의 제재가 풀린다면, 그 부분은 추가적인 재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력망 재건 시 초고압 케이블, 해저 케이블, 배전 케이블 등을 공급하는 전선업체들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LS전선·대한전선 등 국내 전선업계는 과거 중동의 대형 국책 전력망 사업을 맡은 경험이 있어 수주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S전선은 2020년 바레인에서 1000억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전력망 구축 사업 턴키(Turn-key) 수주를 한 바 있다. 대한전선 역시 지난해 카타르 국영 수전력청으로부터 1804억원 규모의 초고압 전력망 구축 턴키 사업을 수주하는 등 지속적으로 수주 성과를 이어왔다.
전선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지형이나 기후 환경이 특수해서 전력망을 수주할 때 실제 시공을 마쳐본 이력이 있는지 레퍼런스가 중요하다"며 "보통 전후 재건하면 현지 기업들한테 맡기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는데 국내 전선 업체들 기술력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충분히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건설기계 업계 역시 종전 이후 본격적인 재건 수요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수주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기계 업계는 재건 사업 시 초기 복구 장비 수요와 연결된다. 최근 국내 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 UAE(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향후 재건 과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무너진 생활시설과 인프라를 신속하게 복구해야 하는 만큼 재건 사업의 핵심은 속도"라며 "현지 작업자들에게 익숙한 장비가 작업 효율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유리해 국내 업체들이 선호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종전이 확실시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재건 수주를 논하기엔 조심스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HD건설기계 관계자는 "재건 수주와 관련해 가시화된 것이 없고 수주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이른 시점"이라며 "재건 수요 규모 역시 추후에나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업계도 장기적인 수요 확대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전후 재건이 본격화될 경우 산업시설과 생활 기반시설 복구가 진행되면서 신규 발전 인프라 확충과 노후 발전설비 정비 수요가 함께 늘어날 수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오만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 건설공사와 스팀터빈 공급 사업을 수주하는 등 중동 발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중동 지역에서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소 건설 수요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향후에도 이 같은 수요 확대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후 복구와 관련한 직접적인 수혜 여부는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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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는 향후 유가와 환율 회복 속도를 주요 변수로 꼽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중동 정세 안정에 따라 유가와 환율이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는지가 중요하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와 철강 수요 회복 지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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